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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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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02.1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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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캔서스 의과대학 대니얼 스와거티 교수

“노인에 대한 접근은 질환보다 기능에 초점을 둬야 한다.”

국내 최초로 노인에 최적화된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르신센터’를 개소한 경희의료원이 미국 노인의학 전문가 대니얼 스티거 교수(캔서스 의과대학)를 초청, 특강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내 노인의학의 현주소와 전문가로서의 역할 등을 소개한 스와거티 교수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인의학 전문의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약뉴스는 16일, 경희의료원 정보행정동 브리핑실에서 개최된 특강 후 스와거티 교수를 만나 노인의학의 의미와 미래, 그리고 한국의 노인의학을 향한 조언을 들어봤다.

▲ 국내 최초로 노인에 최적화된 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르신센터’를 개소한 경희의료원이 미국 노인의학 전문가 대니얼 스티거 교수(캔서스 의과대학)를 초청, 특강을 마련했다. 의약뉴스는 16일, 경희의료원 정보행정동 브리핑실에서 개최된 특강 후 스와거티 교수를 만나 노인의학의 의미와 미래, 그리고 한국의 노인의학을 향한 조언을 들어봤다.

◇미국, 심각한 고령화 속 노인의학 전문가 태부족
스와거티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2년부터 노인의학 수련과정을 개설하고 전문의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노인의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전문가들을 배출하기 시작한 것은 1965년이지만, 일반의들이 추가 시험을 통해 인정받는 수준에 그쳤던 반면, 1992년부터는 정규 수련과정을 통해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이처럼 노인의학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수련과정을 마련한 이유는 앞서 노인의학의 개념을 도입한 영국 사례가 바탕이 되긴 했지만, 환자들의 요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스와거티 교수는 소개했다.

그는 “노인들과 노인환자를 가진 가족들로부터 보다 전문화된 진료가 필요다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정부도 노인 증가에 따라 보다 나은 삶의 질과 치료 결과를 위해 노인의학 전문의에 대한 필요성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노인의학에 대한 별도의 경제적 지원은 되지 않고 있지만, 의료비나 치료 결과, 삶의 질 등에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 내 노인의학 전문가는 요구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노인의학 전문의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노인병 전문가들은 너무 적다”며 “현재 미국내 노인의학 전문의 수는 7500여명에 불과한데, 전체 60세 이상 노인 중 노인의학이 필요한 30%의 노쇠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1만 7000명의 노인의학 전문가들이 필요하며 2030년에는 3만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스와거티 교수는 “2050년에는 전 세계 20억 인구가 60세 이상이 될 것”이라며 “5명 중 1명 꼴로, 어린이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의학, 특정 질환보다 전인적 기능에 대한 이해 필요
노인의학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대생과 수련의, 전공의 등은 노인의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게 스와거티 교수의 지적이다.

노인의학은 특정 질환이 아니라 전인적 접근이 필요한 학문으로 신체,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만큼 까다로운 학문이어서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례로 그는 노인의학 전문의가 되기 위한 7개 분야 26개 항목의 전문 역량을 제시하며 결코 쉽지 않은 수련과정을 소개했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신체적, 기능적, 물리적, 기능적 변화를 과학적 배경으로 이해하고 다룰 줄 알아야한다는 것.

이와 관련 스와거티 교스는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에서도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대부분은 빚을 내가며 공부한다”면서 “내과의나 가정의들이 먼저 돈을 버는 동안에도 노인의학 전문의들은 추가적으로 수련해야해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 환자들의 특성상 그들이 가진 질환들이 대체로 완치가 쉽지 않고, 치료기간이 길다는 점도 의사들이 노인의학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의학 수련을 받으려는 의사나 의대생 스스로도 노인들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특히 그는 “노인의학은 특정 질환보다 기능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노인들이 가진 지환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질환이 치료되지 않더라도 기능을 회복하면 생존기간이 길어진다”고 강조했다.

질환이 있더라도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 있어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생존률도 상승된다는 뜻으로, 오히려 특별한 질환이 없는 노인이라도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경우 생존기간은 질환이 있는 경우보다 더 짧을 수도 있는 설명이다.

▲ 스와거티 교수는 수련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노인의학 전문의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의학 전문의,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기여...정책적 지원 필요
이처럼 수련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노인의학 전문의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스와거티 교수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노인의학이 정부의 재정이나 사보험의 비용을 줄인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노인 환자들이 만성질환으로 인해 복용해야 하는 약의 수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와 보험회사가 협상을 통해 노인 전문의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의대 교육과정이나 내과 및 가정의학 전공의 수련과정에 노인의학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노인의학 전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해당 분야를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을 통해 노인의학 전문의와 일반 내과 및 가정의들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노인들 중에서도 노쇠하지 않은 70%의 노인들은 내과의사나 가정의들이 돌보되 허약한 30%의 노인들은 노인의학 전문가들이 담당하면 노인의학 전문가들의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한 가지 언급하자면, 미국에서는 노인의학으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돈을 잘 버는 다른 어떤 과 보다 직업 만족도는 높은 전문과목으로 꼽혀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환자, 노인의학 전문의 선호도 높아
뿐만 아니라 스와거티 교수는 노인의학 전문의들에 대한 미국 환자들의 선호도도 높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무래도 노인들은 오래 다니던 의사들에 대한 충성도가 있지만, 결국 노인으로서의 복합적인 문제가 많이 생기다보면 최종적으로는 노인의학자를 찾게 된다”면서 “상대적으로 자녀들이 노인의학 전문가를 권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노인의학자를 찾기에는 이른 중년 환자들 중에서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의학 수련, 내과와 가정의학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편, 노인의학과 관련,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영역 구분에 있어 양측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영역 논란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그래서 내과나 가정의학과가 아니라 노인의학으로 바로 가도록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만 지금은 서로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내과와 가정의가 공동프로그램으로 노인의학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다만, 두 과중 하나를 고르라면 질환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세세하게 내과와 달리 질환 하나하나에 대한 부분은 부족해도 전인적 치료 노력이 있는 가정의학과가 조금 더 노인의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례로 그는 노인들은 내과적 질환 뿐 아니라 정신질환이나 정형외과적 질환 등에도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가정의학의 장점에 무게를 뒀다.

◇한국, 요양병원과 요양원 역할 구분지어야

▲ 스와거티 교수는 한국의 노인 의료 현실에 대한 조언을 당부하자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 간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 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의 노인 의료 현실에 대한 조언을 당부하자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 간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 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선 스와거티 교수는 노인의학의 의미를 노쇠화 과정에서의 예방적 역할과 요양과정에서의 보조적 역할, 그리고 임종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완화의료의 역할로 구분했다.

노인의 기능 상실을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이고, 홀로 지낼 수 없는 환자들의 요양과정에 개입해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임종시 완화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노인의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그는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친 후 병원보다는 시설이 조금 덜 하지만, 임종까지 장기간 입원하는 요양원에 가기 전까지 전문인력과 간호사들이 많은 요양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와는 달리 한국은 요양병원이 요양원과 거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와거티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한 단지에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은 물론 진료가 가능한 병원까지 구성함으로써 보다 나은 관리가 가능하고, 불필요한 진료비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특강을 마련한 경희의료원은 노인질환에 대한 전문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도적으로 노인의학 펠로우십을 구상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어르신센터 원장원 센터장은 “앞으로 노인의학에 대한 펠로우십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가정의학과와 내과의 공동 수련과정이 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이를 통해 그는 “경희의료원이 어르신 친화, 어르신 특화 병원으로 커 나가는 데 한 몫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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