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의 끝판왕”

2024-06-26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통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약

최초의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등극한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엔허투는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2)에서 이전까지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던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했다는 DESTINY-Breast04 연구 결과를 발표, 기립박수를 받는 등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발표된 첫 번째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앙추적관찰 18.4개월 시점에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환자에서 엔허투 투약군의 무진생 생존기간 중앙값은 10.1개월로, 대조군(의사가 선택한 항암화학요법)은 5.4개월과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49%(HR=0.51, P<0.0001)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호르몬 수용체 양성 군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23.9개월과 17.5개월로 역시 엔허투 투약군의 사망 위험이 36% 더 낮았다.(HR=0.64, P=0.0028)

전체 환자에 대한 분석에서도 엔허투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9.9개월, 대조군은 5.1개월로 엔허투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50% 더 낮았으며(HR=0.50, P<.0001), 전체생존기간 중앙값도 23.4개월과 16.8개월로 엔허투 투약군의 사망 위험이 36% 더 낮았다.(HR=0.64, P=0.0010)

나아가 호르몬 수용체 음성인 환자에서도 엔허투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6.6개월, 대조군은 2.9개월로 엔허투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55% 더 낮았고(HR=0.45, P=0.0135),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도 16.6개월과 10.3개월로 엔허투 투약군의 사망 위험이 37% 더 낮았다.(HR=0.63, P=0.1732)

▲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는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2023)에서 보고된 두 번째 중간 분석 결과에서도 이어졌다.

첫 번째 중간 분석보다 14개월 연장된 시점에 분석한 결과, 호르몬 수용체 음성 환자를 포함한 전체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엔허투가 22.9개월(95% CI 21.2-24.5), 대조군이 16.8개월(95% CI 14.1-19.5)로 엔허투의 사망 위험이 31% 더 낮았다.(HR=0.69, 95% CI 0.55-0.86)

24개월 및 36개월 전체생존율은 엔허투가 47.3%(95% CI 41.9-52.4)와 26.2%(95% CI 20.8-31.9), 대조군은 32.0%(95% CI 24.8-39.3)와 16.3%(95% CI 10.3-23.6)로 집계됐다.

또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26.2개월(95% CI 20.8~31.9)과 16.3개월(95% CI 10.3~23.6)로 엔허투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64% 더 낮았다.(HR=0.36, 95% CI 0.29-0.45)

호르몬수용체 양성군에서는 엔허투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3.9개월(95% CI 21.7-25.2), 대조군이 17.6개월(95% CI 15.1-20.2)로 역시 엔허투의 사망위험이 31% 더 낮았다.(95% CI 0.55-0.87)

24개월 및 36개월 전체생존율은 엔허투가 49.0%(95% CI 43.3-54.5)와 26.5%(95% CI 20.7-32.7), 대조군은 35.1%(95% CI 27.3-43.0)와 16.9%(95% CI 10.2-25.0)로 집계됐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9.6개월(95% CI 8.4-10.0), 대조군은 4.2개월(95% CI 3.4-4.9)로 엔허투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63%(95% CI 0.30-0.46) 더 낮았다.

2022년 엔허투가 DESTINY-Breast04를 통해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전한 직후, 또다른 ADC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간)는 그해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에서 IHC0를 포함한 HER2 저발현 환자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는 TROPiCS-02 3상 하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이달 1일(현지시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는 엔허투가 IDH0 초과 1+미만의 HER2 초저발현(Ultra-low) 환자에게도 이득을 제공한다는 DESTINY-Breast06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상대적으로 지난 10일에는 CDK4/6 억제제인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화이자)의 3상 임상 PALOMA-2와 PALOMA-3의 2차 분석 결과, 입랜스도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유방암 환자 중 HER2 저발현 환자에서 무진행생존율 및 전체생존율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The Lancet eBioMedicine에 게재되며 HER2 저발현 환자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다.

이 가운데 엔허투는 2022년 FDA에 이어 2023년 유럽에서 사상 최초의 HER2 저발현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어 5월 20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 국내에서도 이전에 전이성 환경에서 전신 요법을 받았거나 보조 화학요법(adjuvant chemotherapy)을 받는 도중 또는 완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한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저발현(IHC 1+ 또는 IHC 2+/ISH-) 유방암 환자의 치료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내분비 요법을 추가로 받았거나 내분비 요법에 부적합한 경우 처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엔허투의 적응증 확대를 기념해 26일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를 초청,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의 특징과 엔허투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손 교수는 “HER2 저발현은 전체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60%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DESTINY-Breast04 연구 이전까지 개념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전체 HER2 음성 유방암 환자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HER2 초저발현 환자에서도 표준항암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개선하고 항종양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이처럼 HER 발현 환자에서 나타난 엔허투의 강력한 항종양 효과로 기존에 HER2 음성으로 분류됐던 환자의 약 80~90%에서 HER2 표적 치료가 가능해져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 교수는 엔허투가 이처럼 HER2 저발현을 넘어 초저발현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제시한 배경 가운데 가장 큰 이유로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 인접 종양세포 사멸 효과)를 꼽았다.

엔허투는 종양세포 내에서만 분리되는 링커를 활용, 항체(트라스투주맙) 대비 약물(데룩스테칸)의 비율을 1:8까지 끌어올렸으며, HER2 종양세포 내에서 분리된 데룩스테칸이 인접해 있는 종양세포까지 사멸, 극소량의 HER2 발현 종양세포만 있어도 강력한 항암효과(바이스탠더 효과)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엔허투는 바이스탠더 효과의 끝판왕”이라며 “ADC는 기본적으로 항암제로 굉장히 독하지만 정상세포에 영향을 덜 끼치는 약으로, 엔허투가 초저발현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이 약이 얼마나 강력한 효능의 항암제인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엔허투는 단순히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약제가 아니라, 임상적으로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의가 있는 약”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