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교육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 성토 봇물

의대교수 "편법적 조치" 반발...의협ㆍ서울시의사회도 규탄 성명

2024-07-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료계가 지난 10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을 방지하고, 의료인력 양성 교육을 정상화해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교육부의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교과목에 미완의 학점인 I학점 즉, ‘incomplete’ 학점을 부여해 학생들이 일정기간 내 학습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2024학년도에 한해 의대 학생 유급에 대한 판단 시기, 대상, 기준 등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한시적 특례 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학기 말 또는 학년 말에 일정 기준으로 유급을 결정하지 않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재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향후 의예과에서 의학과로 진급 시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유급제도 운영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

그러나 40개 의대와 수련병원 소속 교수들은 의학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편법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12일 의견문을 통해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대한 폄훼와 간섭과 마찬가지로 의학 교육의 질을 매우 심각하게 떨어뜨릴 어불성설 편법 대잔치”라고 힐난했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의 편법적 의료 정책과 경쟁하듯이 더욱 놀라운 편법적 조치로 가득한 교육부의 의대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은 의대 증원의 맹목적 과제 외에는 모두 무시하고 포기해도 좋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정부 조치로 의학교육 현장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교육농단, 의료농단은 앞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파국을 불러올 것"이라며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명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방향을 전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도 11일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교육부는 아예 대놓고 부실교육 저질교육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며 “양질의 의학교육에 앞장서도 모자란 교육부가, 본연의 역할을 외면한 채 의학교육의 원칙을 훼손하고 땜질식 조치를 열거하며 현 정권의 시녀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F학점(낙제)을 주는 대신 추후 성적을 정정해주는 ‘I학점(incompleteㆍ미완)’ 제도를 도입하라는데 이게 과연 온당하다고 보는 것인가”라며 “이는 의학교육의 질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로, 타 학과들과 형평성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기 조정 및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수업의 결손을 보완하고 조치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대 교육 과정은 일년 단위로 진행되는 데다 수업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반년 만에 속성 단기과정 날림식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부실교육의 가이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진정한 공익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더이상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정부 대책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도 12일 성명을 통해 쓴소리를 전졌다. 근본적인 대책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가 지속적인 의료개혁을 운운하며 전공의 복귀대책을 내놨지만 그 속내는 교묘하기 이를 데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일자를 6월 4일 사직금지명령 철회 선언 이후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일례”라며 "정부가 개별 사직에 관련된 모든 책임을 수련병원과 전공의에게 떠넘기는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의대의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고,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 시기 역시 내년 2월 말로 연기하는 등 한 마디로 엉망진창 가이드라인”이라며 “교육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놓았다”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현 사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고, 무리한 의대 증원과 전문가 상의 없이 정부 마음대로 내놓은 정책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결여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대책을 접한 전공의와 의대생은 복귀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모든 정책 결정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오만이 지금의 혼란을 낳았고, 이에 따른 결과 역시 정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나아가 이들은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전공의ㆍ의대생 요구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과 의학교육 모두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