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응급실에 타과 전문의 활용 발언 유감"

정부 “다른 전문과목 인력 활용 방안 검토”...학회 “응급의학 전문의 이탈 가속” 경고

2024-07-1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응급의학회가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8일 배포한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사직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절반이 병원을 떠나 응급의료센터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 정부가 응급실 운영 중단 사태 해결을 위해 타 전문과목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빠져나가 응급의료센터 교수들의 피로도가 높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응급의료센터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 인력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회는 “24시간 응급 의료 제공 중단이 발생한 속초의료원,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다른 전문 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나”라며 “해당 병원 다른 전문 과목 전문의가 응급환자 휴일ㆍ야간 24시간 진료하면 해당 전문 과목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하느냐”고 질타했다.

또한 전공의 1년차 시절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유죄를 선고 받은 전공의 사례를 들어 “엄청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의료 현실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민ㆍ형사상 부담을 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전문 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응급 의료를 너무도 쉽게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 과목 전문의가 해당 분야 전문성은 당연히 높지만 응급실로 몰려오는 온갖 다양한 응급ㆍ비응급 환자들을 빠른 시간에 진료하고 응급처치하는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며 “자신의 전문 과목 진료 대상인 환자는 진료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 대처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줬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응급실에서 24시간 야간과 주말, 휴일에 응급환자와 가족들 곁을 지키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주고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 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 응급 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