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유방암 수술 보조요법, 완치의 기회 확대

2024-09-23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수술 보조요법이란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다.

 

항암제의 역할이 말기암 환자의 생존 연장에서 조기암 환자의 완치 기회 확대로 전진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4)에서도 다양한 암종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가치를 평가한 연구 결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CDK4/6 억제제 중 최초로 저위험 환자를 포함, 조기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을 평가한 NATALEE 연구는 4년차까지 긍정적인 데이터를 유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의 가치를 입증한 KEYNOTE-522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까지 개선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에 급여 적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

이에 의약뉴스는 KEYNOTE-522의 최종 전체생존율 및 NATALEE 연구의 4년차 중간분석 결과가 공개된 ESMO 2024 현장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를 만나 두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방암에 있어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가치를 조명했다.

 

▲ 최근 폐막한 유럽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2024)에서도 다양한 암종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가치를 평가한 연구 결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이에 의약뉴스는 KEYNOTE-522의 최종 전체생존율 및 NATALEE 연구의 4년차 중간분석 결과가 공개된 ESMO 2024 현장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를 만나 두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방암에 있어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가치를 조명했다.


◇키트루다, 고위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사망 위험 34% ↓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암종에서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으로 생존율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지만,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전체생존율을 개선한 KEYNOTE-522 연구가 화제를 모았다.

총 1174명의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연구에서 기존의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에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MSD)를 수술 전ㆍ후로 추가한 결과, 환자들의 사망 위험을 34% 줄였다는 것(HR=0.66, 95% CI 0.50-0.87, P=0.0015).

이 연구에서 5년 전체생존율은 키트루다를 추가한 그룹이 86.6%로 기존 선행화학요법만 받은 그룹의 81.7%를 5%p 가량 상회했다.

특히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연령 중앙값이 48~49세로, 폐경 전 여성이 56%를 차지해 이목을 끌었다.

단순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젊은 여성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측면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폐경 전 젊은 여성 환자들의 비중이 높아 기존의 연구에 비해 국내 임상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

박연희 교수는 “연령 중앙값이 48~49세로 실제 임상현장을 대변하는 인구집단이 맞다”면서 “이러한 환자에서 기존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의 5년 전체생존율이 82%로, 18%의 환자에게는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재발하면 평균 생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데, 이 연구 결과는 이러한 자연 경과를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키트루다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 pCR 실패 환자에서도 생존율 개선
KEYNOTE-522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수술 전 보조요법 후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달성률이 더 높았을 뿐 아니라, 병리학적 완전관해에 이르지 않은 환자에서도 생존율이 개선됐다는 것.

앞서 이 연구의 1차 중간 분석에서는 키트루다군의 병리학적 완전 반응률이 64.8%로 대조군의 51.2%에 비해 13.6%p 더 높았던 것으로 보고됐다.(P=0.00055)

이어 이번 최종 분석에서는 pCR을 달성한 환자에서 60개월차 전체생존율이 키트루다군은 95.1%, 위약군이 94.4%(HR=0.69, 95% CI 0.38-1.26)로 거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 pC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에서는 71.8%와 65.7%로 적지 않은 차이(HR=0.76, 95% CI 0.56-1.05)를 보이며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박연희 교수는 “1차 평가변수는 아니지만, 삼중음성유방읨의 자연 경과를 바꾼 내용”이라며 “과거에는 pCR을 달성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pCR을 달성하지 못했어도 그대로 뒀다”면서 “이 연구는 완치율을 82%에서 87%로 크게 높였고, pC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들의 생존율도 개선한 것으로 기존의 삼중음성유방암에 고정관념을 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수술 전 보조요법 후 pC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는 반드시 키트루다 수술 후 보조요법을 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pCR 달성 여부에 따라 환자들을 다시 무작위 배정해 수술 후 보조요법을 평가한 연구가 아닌 만큼, 수술 전 보조요법 후 pCR을 달성했다고 해서 수술 후 보조요법을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수술 후 보조요법의 영향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는 연구이고, 앞으로도 그런 연구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키트루다로 수술 전 보조요법을 했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수술 후 보조요법을 시행하지 못했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은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KEYNOTE-522, 카보플라틴을 표준요법으로 제시
박 교수는 KPYNOTE-522가 특히 우리나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히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완치의 가능성을 높여준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제한하고 있는 카보플라틴을 표준요법으로 제시했다는 것.

카보플라틴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이다보니 그 근거를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이 가운데 지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 연세대의대 손주혁 교수를 비롯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진이 PEARLY 연구를 통해 카보플라틴의 가치를 입증,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EYNOTE-522 연구 역시 카보플라틴을 표준 항암화학요법에 포함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만큼,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카보플라틴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KEYNOTE-522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카보플라틴을 표준으로 가져온 것”이라며 “현재는 사전 신청 요법으로 쓰고 있는데, 카보플라틴을 백본 항암화학요법으로 가져온 것은 큰 선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박연희 교수는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보조요법은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디.

◇4년 차까지 전체생존율 차이 유지한 NATALEE, 젊은 여성 하위분석도 고무적
키트루다가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환자의 전체생존율을 개선한 가운데, 호르몬수용체 양성(HR+)/사람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ER2-) 조기 유방암에서는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 노바티스)가 4년차까지 긍정적인 데이터를 유지했다.

이 연구에는 5010명의 환자가 참여,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5년 간의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억제제(nonsteroidal aromatase inhibitor, NSAI)와 3년간의 키스칼리 병용요법 또는 5년간의 NSAI 단독요법군에 1대 1로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4년차 분석에서는 키스칼리군에 배정된 모든 환자들이 3년간의 키스칼리 보조요법을 마무리하거나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차 분석에서 1차 평가변수인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은 키스칼리군이 3, 4년 시점에 각각 90.8%와 88.1%로 NSAI 단독군의 88.5%와 83.6%를 상회(절대값 개선폭 2.7%p, 4.9%p)한 것은 물론 두 그룹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으며, 키스칼리군의 침습적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NSAI 단독군보다 약 28%(HR=0.715, 95% CI 0.609-0.840, P<0.0001) 더 낮았다.

전체생존율 데이터는 4년차까지도 충분하게 쌓이지 않았으나, 키스칼리군에서 더 긍정적인 경향이 유지됐다(HR=0.827, 95% CI 0.636-1.074).

이에 대해 박연희 교수는 “서브그룹 분석에서도 전체생존율에서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유지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레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유방암은 5년이 지나서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삼중음성유방암과 달라서 계속 억제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CDK4/6 억제제를 오래 쓸수록 유리한데, NATALEE는 키스칼리를 3년간 투약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의 다양한 하위그룹 분석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키스칼리 보조요법이 일관된 이득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NATALEE 임상을 각각 40세 전후, 65세 전후, 내분비 요법 이력 등에 따라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됐는데, 모두 키스칼리 투약군에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특히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큰 40세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 키스칼리 유지요법의 이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연희 교수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연구 결과로 그동안 서양 연구자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근거가 나온 것”이라며 “CDK4/6 억제제가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게는 게임체인저”라고 역설했다.


◇유방암 수술 보조요법, 고혈압 환자의 혈압약과 같아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34% 줄인 KEYNOET-522 연구의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전체생존율 차이의 절대값이 5%p 내외에 그친다는 이유로 실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NATALEE 연구 역시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의 차이가 아직은 전체생존율의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연희 교수는 유방암 환자, 특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시기의 젊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연구 결과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은 결국 뇌전이, 폐전이로 사망한다”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30~40년에 걸쳐 천천히 죽지만 혈압약과 당뇨병약을 먹는다”면서 “그런데 유방암 환자에게 이정도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45세의 환자에게 55세 정도면 죽어도 된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4기 암 환자는 계속 투병하면서 살아야 하지만, 조기암은 완치가 가능하다”며 “사회적 활동이 왕성환 젊은 환자들이 완치되는 것으로, 경제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득이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여기에 조기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당분간은 더 나올 데이터가 없다”면서 “생존율까지 개선한 만큼, 급여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