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반인권적 정신질환 의사 발표" 규탄

추경호 의원 현황 공개 반발...편견 조장ㆍ치료기회 박탈 우려

2024-10-0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최근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사의 현황을 발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지하고 반인권적인 발표란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추경호 의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료인 현황'을 받아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의사에 대한 자료를 공개되자,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규탄하고 나섰다.

추 의원에 따르면, 2019~2023년 연평균 6228명의 의사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았고, 이들은 연평균 2799만 건의 진료와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조현병과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의사는 연평균 54명이었으며, 이들은 연평균 15만 1694건의 진료와 수술을 했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의사도 연평균 2243명에 달했고 이들에 의해 연평균 909만 5934건의 진료와 수술이 이뤄졌다.

정신질환이 있으면서 환자를 본 간호사도 2019~2023년 사이 연평균 1만 47명에 달했다.

조현병과 조울증으로 진단을 받은 간호사는 각각 연평균 173명과 4120명이었다. 마약중독으로 진단받은 의사와 간호사는 각각 5명, 7명이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 진단 후 완치됐는지 등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조속히 마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 의원의 발표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2일 유감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치료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의사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의료행위를 한다는 보도는 대한민국의 법률적 규정이 아닌 의사가 진료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상병 코드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이는 의료법상 의료인의 결격사유인 정신질환자를 조사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복지법 3조 1항에 나오듯,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는 망상이나 환각, 사고나 기분 장애로 인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이라며 “정신건강의학의 기술 진단과 전문가가 판단한 환자의 전체적 능력치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률적 의미의 정신질환자는 단순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명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장애 또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정도의 능력 장애를 의미한다”면서 “중등도 이상의 치매나 치료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의료행위를 한 것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도 법적인 테두리를 바탕으로, 경증부터 중증과 현실검증력 유무의 차이, 자타해의 위험성, 인지기능 등 세분화된 체계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법률을 근거로 과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조차 확인하지 않은채 근거조차 없이 ‘정신질환’으로 주장한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무엇보다 “의료인이 국민건강보험 수진자로서 직업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데도 심평원이 의료인으로서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통계를 추출했다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며 “만약 의료인의 정신질환 실태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었다면, 해당 의료인에게 동의를 받거나, 일부 국가처럼 전원에 대한 선별검사를 제공, 이를 바탕으로 했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기능 저하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질병을 이유로 직업과 자격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면허라는 것은 어떤 특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허가이므로, 해당 직업을 수행하는 기능상의 문제를 해당 시점에서 평가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의사회는 추 의원의 자료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의료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올바른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하필 의-정 간 갈등이 심해진 현 시점에 발표한 것은 의문이라는 것.

의사회는 “의사들은 문제가 많다는 식의 악의적 프레임을 씌워 현재의 의료대란에 대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정부의 불통과 황당한 정책을 어떻게해서든 합리화해보려는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자격없는 의료인에 대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면, 무조건적인 악마화보다 전문가 집단 자체에 자정 작용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회는 이번 통계 발표가 지난해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대통령이 발표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심각한 순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질병을 인지하고 치료받으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신질환도 아닌, 단지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에게 낙인을 찍는다면,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엄밀한 공적 검증을 거쳐서 판정돼야 할 ‘법적 정신질환자’와 약물처방을 위해 임상현장에서 유연히 적용되고, 당사자의 동의없이 유출돼선 안 될 상병코드 적용 사례를 혼동한 국회의원의 무지하고 반인권적인 발표를 깊이 개탄한다”며 “설사 악의적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법적 정신질환자와 임상적 상병코드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몰랐다면 국회의원으로서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정신질환은 조기 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한데, 치료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지킬 수 있다”며 “대통령이 정신건강혁신 정책을 펼치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막상 의료인들은 위축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감추게 되는 결과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