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손발톱학회 김정수 회장

건선 환자, 손발톱 병변 면밀하게 관찰해야

2024-10-07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질환 진행 전 선제적 치료가 필요한 건선,
손발톱 병변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건선에서도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선은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건선관절염(Psoriatic Arthritis, PsA)으로 진행, 비가역적인 관절 손상으로 장애가 남을 수 있어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선 환자의 약 30%에서 건선관절염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건선관절염이 발생하면 관절 염증, 부착부염, 지염 및 수족부 통증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그러나 피부로 드러나는 건선과 달리 건선관절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해 관절 변형이나 통증이 나타나기 전에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선 환자에서 손발톱 변형을 면밀하게 살피도록 권고하고 있다 손발톱 변형이 발생하면 건선관절염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기존의 고식적 치료제들이 잘 반응하지 않던 손발톱 건선과 건선관절염에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생물학적제제가 등장한 이후, 손발톱 변형이 나타나는 건선 환자에게는 보다 빠르게 치료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대한손발톱학회 김정수 회장(한양대학교 구리병원 피부과)을 만나 건선에서 건선관절염 예방 및 손톱 병변의 의미를 조명했다.

 

▲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인 건선에서도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건선관절염(Psoriatic Arthritis, PsA)으로 진행, 비가역적인 관절 손상으로 장애가 남을 수 있어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약뉴스는 대한손발톱학회 김정수 회장(한양대학교 구리병원 피부과)을 만나 건선 환자에서 건선관절염 예방 및 손톱 병변의 의미를 조명했다.

 

◇건선관절염 환자 중 상당수가 손발 부위 질환 선행
건선은 주로 압력이나 마찰을 받는 부위, 즉 팔다리 관절, 엉덩이, 두피 등에 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지만, 손발톱에서는 손발톱 무좀과 유사한 형태의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정수 회장은 “손톱과 발톱은 피부 변형의 일종으로, 즉 피부의 일부”라면서 “외부적으로는 미적 측면에서, 내부적으로는 보호의 측면에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손발톱학회는 건선 및 감염, 손발톱 부위에 생기는 피부암 등 여러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 특히 건선에서는 손발톱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이와 관련한 연구와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헀다.

그 이유로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이 생기면 손발톱도 같이 변형된다”면서 “대표적 만성 질환인 건선은 손발톱과 상당히 높은 연관성을 가지며, 병변의 진행 과정에서 손발톱 변형을 수반한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건선은 주로 피부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건선관절염을 동반하기도 하며, 대사증후군,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 높인다.

김 회장은 “신체에서는 외부에 대항하는 많은 종류의 면역 물질들을 분비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피부나 내부 장기, 혈관, 관절과 같은 부위에서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며 “건선의 발생 매커니즘도 이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선관절염은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뼈나 인대가 접합한 부위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면서 “건선과 비슷한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염증이 피부에 발생하는지 또는 관절에 발생하는지에 대한 여부로 차이가 난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건선 환자에서 나타나는 손톱 병변은 두피 병변, 엉덩이 골 및 항문 주위 건선 등과 함께 건선관절염의 주요 위험인자로 꼽히고 있다.

실례로 독일의 한 후향적 분석에 따르면, 손톱 침범은 건선 환자의 약 40-45%에서 나타나며, 건선관절염 환자 중에서는 약 87%에서 보고됐다.

김 회장은 “피부에 생기는 건선의 병변은 육안상 확인 가능하고, 여러 증상을 유발해 환자가 괴로움을 겪는다”면서 “건선관절염은 관절 염증 등 직접적으로 통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기에 건선을 발견해 효과적인 치료제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건선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관절의 영구적 변형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지표로서 손발톱 병변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이유로 “여러 증상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건선성 관절염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보통 손발 부위의 질환이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히 피부과 영역에서 손발톱에 변형이 생겨 건선이 일어났다면 신체 내부에서도 건선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특히 건선성 관절염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선관절염과 손발톱 병변의 진행 순서에 일관성이 있지는 않다”면서 “건선관절염은 보통 환자가 증상을 느끼고 내원해 X-ray 등 여러 검사를 한 후에 비로소 인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환자에게 손톱이나 발톱에 건선으로 인한 변형이 관찰된다면, 의료진은 건선관절염이 발생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건선, 피부질환에서 대사성 질환으로 개념 전환
건선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처럼 손발톱에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 영구적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속적으로 계속 염증을 일으키는 상황이 아니라면, 손발톱은 자가로 치유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건선처럼 만성적으로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 6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손발톱에 영향을 미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손발톱의 반월판 밑에서 손발톱이 만들어지는데, 이 부위에서 이미 염증성 병변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심해지면 염증으로 인해 영구적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손발톱은 피부에 비해 반응이 느리고 비교적 둔감한 기관이라 치료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며, 변형이 발견되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발톱 변형은 미용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합병증의 지표일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선은 만성 피부질환일 뿐 아니라 만성 대사성질환으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보통 손발톱 변형이 생기기 전에, 손발톱 주변 피부 등에 먼저 붉은 염증 등이 한참동안 반복되다가 손발톱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선을 진료하는 피부과 전문의는 이러한 증상 등을 통해 환자에게 손발톱 변형이 발생할 것을 미리 인지하고, 손발톱 변형이 이미 나타났다면 건선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환자와 대중은 건선을 피부 질환으로 알고 있고, 과거 피부과 전문의 교과서에서도 건선을 만성적으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 질환으로만 설명했었는데, 현재는 개념이 바뀌었다”면서 “건선은 피부 외에도 손발톱 변형, 관절 이상, 만성 대사성 질환 및 혈관 내 염증 반복으로 인한 심근경색 등 뇌혈관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당뇨나 고혈압, 비만 등도 건선과 연관되기 때문에 이제는 건선의 개념이 ‘만성적 대사성 질환’으로 변화됐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건선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2~30대는 건선이 처음 진단되면 주로 피부에 신경을 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선관절염 등 신체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생각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면서 “마치 당뇨가 소리 없이 사람에게 치명타를 남기는 질환이라고 하듯, 건선도 마찬가지로, 건선관절염 등 동반 질환이 진행되기 전 선제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손발톱 병변”이라고 역설했다.


◇손발톱 변형이 나타나면 생물학적제제 전환 고려해야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건선에서도 최근 조기에 강력하게 질병을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손발톱이나 두피 건선 등 고식적 치료법의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에게는 보다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로 조기에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실례로 인터루킨(Interleukine, IL) 23억제제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 얀센)는 VOYAGE-1/2 임상의 아시아인 하위 그룹 분석에서 치료 24주차에 63.6%의 환자가 손톱건선에서 완전 치유 또는 거의 완전 치유 상태(f-PGA 0 or 1)에 도달했으며, 손톱건선 중증도 지수(NAPSI) 개선율은 39.9%로 보고됐다.

이와 관련, 김정수 회장은 “건선으로 인한 손발톱 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신체 내부적으로도 건선성 관절염 등의 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한 맥락에서 건선으로 인한 만성 염증성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방지하기 위해 생물학적제제 등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선의 피부 병변 발생 후 조갑 주위 염증 및 손발톱 변형이 나타나고, 이후 건선성 관절염이 동반되며 내부 장기 또는 혈관에도 질환이 나타나는 과정을 그려가면서 건선 환자의 치료 스케줄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건선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를 조기에 사용해야 하는 근거 중 하나로 조직 상주 기억 세포(Tissue-Resident Memory, TRM)가 제시되고 있다.

건선 환자의 피부병변에 있던 조직 상주 기억 세포가 관절강으로 이동해 건선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조기에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조직 상주 기억 세포를 억제하면 건선관절염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전신에 건선이 심한 환자 중에서 광선 치료나 바르는 약, MTX,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전신 치료제 또는 생물학적제제를 써도 팔꿈치나 정강이, 체간 등에 건선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을 통해 건선의 발병과 재발이 특정 부위에 국한된 메커니즘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 조직 상주 기억 세포”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몸에 건선 병변이 거의 없거나 국소적으로 존재하는데 손발톱 주변 등에는 염증이 심한 분들도 꽤 많다”면서 “손은 외부와의 접촉이 잦고, 발은 체중을 계속 받기 때문에 조직 상주 기억 세포가 활성화될 수도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환자는 기존 약에 몸이 잘 반응을 했더라도 조직 상주 기억 세포가 활성화된 부위에서는 잘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현재 IL-17 억제제 계열이나 IL-23 억제제 계열 등 건선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제제가 다양한데, 특히 IL-23 계열이 타 계열 약제보다 조직 상주 기억 세포 감소에 효과를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이와 관련해 정확한 데이터를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건선 환자 여러 명을 대상으로 IL-23 억제제를 사용하다 보니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IL-23 억제제인 트렘피어가 건선 환자에서 IL-17A 억제제 계열의 생물학적제제에 비해 조직 상주 기억 세포를 더 많이 줄인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

 

▲ 김정수 회장은 “몸에 나타난 건선 병변은 몇 년 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수십 년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언제든 전신적으로 심해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 내부 기관들도 서서히 염증성 변화를 겪으면서 변형이 올 수 있다”면서“건선 병변이 심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건선 전문의와 상담하며 전신적 염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치료 진행 여부 등에 대해서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건선 치료, 다양한 진료과간 연계가 중요
다만 아직까지 손발톱 변형에 따른 조기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의 단계라는 것이 김 회장의 전언이다.

그는 “주로 대한건선학회에서 손발톱 건선 치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건선관절염 환자에서 관절의 변형(deformity)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후에 영구적 변형이 올 수 있고, 강도 높은 통증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건선관절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표로 손발톱 건선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후 손발톱 변형이 관찰될 때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특히 생물학적제제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이쓸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나타나는 증상을 정확하게 판별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는 만큼, 관련 진료과 간 연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다른 질환도 비슷하지만 피부, 즉 외부에 나타난 증상으로 내과적인 부분을 연관 짓거나 유추하는 것은 피부과 의사가 아니면 사실상 어렵다”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여러 과 교수들이 모여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건선관절염과 관련이 있는 여러 과가 연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에 “관련 학술대회나 세미나 등에서 다학제적으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손발톱 병변이 있는 건선 환자의 치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선, 병변이 심하지 않더라도 전문의와 상담해 전신 염증을 조절해야
끝으로 김 회장은 새로 건선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병변이 심하지 않더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 것을 당부했다.

건선은 오랫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내부 기관까지 변형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꾸준하게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건선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2, 30대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아 현재 신환을 보면 젊은 환자들이 제일 많이 내원한다”면서 “젊은 건선 환자들 중 간혹 팔꿈치, 무릎 등 건선의 병변 범위가 좁은 환자는 연고 몇 개만 처방받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몸에 나타난 건선 병변은 몇 년 내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수십 년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언제든 전신적으로 심해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 내부 기관들도 서서히 염증성 변화를 겪으면서 변형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건선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최근 10년 가까이 생물학적제제 등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며 병변이 크게 개선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면서 “건선 병변이 심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건선 전문의와 상담하며 전신적 염증을 컨트롤할 수 있는 치료 진행 여부 등에 대해서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론 “건선은 백인에게 유병률이 조금 더 높지만 한국인에서도 꾸준한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질환”이라면서 “최근 건선의 개념이 ‘만성적 대사성 질환’으로 바뀐 것은 큰 변화이지만, 오랫동안 병변이 진행되고 전신 대사성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에 비해 여전히 건선에 대한 경각심은 많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손발톱학회, 대한건선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등 유관학회에서 건선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