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벌화, 국가보상ㆍ형사처벌 면제로 개선해야”

장성화 변호사, 의료정책포럼 발제 ..."비형벌화 방안 집중, 신속한 중재 필요"

2024-10-1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의료사고 형사소송과 관련, 국가보상을 강화하고 형사을 처벌 면제하는 법안을 마련해야한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형벌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하며, 제3자에 의한 신속한 중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은 15일 의협 회관에서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 장성환 변호사.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담헌 장성환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변호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진료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 입원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수사기관과 질병관리청은 지질영양제 분주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감염이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3인과 전공의, 간호사 3인 등 7인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비록

비록 대법원에 모든 의료진의 무죄를 확정했지만, 이 사건이 의료계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컸다는 것이 장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전담수사팀이 의료진을 강하게 압박해 수사했다”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의료진이 기소전에 구속된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5년동안 광수대의 압박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교수 2인과 수간호사는 보석 또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날 때까지 구치소에 구속돼 엄청난 충격과 자괴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파장으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급감했으며, 필수의료과에 종사하다 환자가 사망하면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의사들에게 심어준 사건으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의 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를 우리나라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벌화라고 진단한 장 변호사는 그 원인으로 ▲보복심리적 인식 ▲이해관계자 몰이해 ▲환자 측의 형사절차 의존 ▲국가보상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그는 “환자가 사망하면 누군가 형벌을 받아 책임져야 한다는 오래되고 관행화된 보복심리적인 인식이 있다”며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형사과실 개념에 대한 법관, 수사기관, 감정의, 환자 및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의 몰이해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민사소송절차의 시간상, 비용상 부담에 따른 환자 측의 형사절차 의존 현상이 심하고,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악결과에 대한 국가보상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불가항력 사고 범위 확대, 의료사고 책임보험제도 등 환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국가보상체계를 마련해야한다”며 “환자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안을 제정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고의 및 고의에 준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과실로 인한 중대한 악결과 발생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관, 수사기관, 감정의 등 의료사고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한 인식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5일 ‘의료사고 형벌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패널들은 의료사고의 지나친 형벌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현재 의료관련 법률에 의료인에 적용되는 특례제도가 다수 존재한다”면서 “기존 특례를 먼저 확인한 후 과도한 형사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야한다”고 전제했다.

실례로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경과실에 의한 ‘경상해 의료사고 반의사불벌죄 특례’, 응급의료법 제63조 ‘응급의료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임의적 감면 특례’,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의료인 면허취소 대상 제외 등의 특례까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정부가 마련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에는 12개 유형 이외의 모든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와 사망 또는 중상해 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까지 공소제기 불가와 형의 임의적 감면을 포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의료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면서 “의료사고 관련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입증책임 전환’으로, 이 사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사고에 인한 형사책임 완화 논의는 진척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입증책임에 대한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인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입증책임은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부담하게 되는데, 무과실ㆍ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구로 명시하고 있는지와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는 “손해배상 책임은 민법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행법은 정보의 비대칭이 있는 부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 이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고의ㆍ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의학지식과 술기의 한계 내에서 불가항력적 사고였다는 것을 피해자 측에 설명하고 설득해 줄 공정하고 객관적인 ‘상임감정위원회’ 등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김나경 교수는 “환자가 고소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여러 문헌들을 보면 환자 스스로 수집할 수 없는 다양한 증거를 수사기관을 통해 확보하고, 의료사고의 해결과정에서 갖게된 불만에 기초한 보복심리, 합의과정에서 의료인을 압박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며 “이는 의사의 방어진료 경향을 야기하거나, 의사가 공포를 갖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에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형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형사고소, 형사절차를 수단화하는 경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자신의 어려움과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사고와 관련된 조사 등이 일정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의료행위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만큼, 의료행위로 인해 창출된 위험이 형법의 객관적 귀속이론에서 말하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논의는 의료전문가의 판단과 법률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형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가 클 수 있어, 형법이 법익 보호의 수단으로 부적절할 수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형사제재의 투입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사고의 결과와 행해진 의료행위의 종류에 따라 달라져선 안 된다”며 “가벼운 과실로도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의료사고의 결과에 좌우되는 것은 방어적 의료 경향을 축소시키기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필수의료나 일반의료를 법안에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필수의료 종사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둘을 구분짓고 각각에 대한 형법적 책임의 부여 기준을 다르게 해서 정책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