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간염 정복 초석될 것"

간학회ㆍ간재단, 간의 날 기념식 개최...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변경

2024-10-18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C형 항체검사가 도입돼 국내 C형 간염 정복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명칭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변경해 환자를 배려하는 의료환경 조성과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환자 예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대한간학회(이사장 김윤준)와 한국간재단(이사장 서동준)은 17일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간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 김인희 이사(왼쪽)과 장병국 회장.

이 자리에서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위원회 김인희 이사(전북의대 교수)는 ‘C형 간염 : 국가 검진의 도입’이라는 제하의 발제를 통해 C형 간염 항체검사 국가 검진 도입의 의의를 설명했다.

C형 간염은 혈액으로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의 만성간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간암은 사회경제적인 활동이 활발한 40~50대에서 암종별 사망원인 1위로, 국내에서는 간암 원인 질환 중 B형 간염이 61%, C형 간염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WHO에서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퇴치(2015년 대비 간염 발생률 80%, 사망률 65%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증 기준을 제시했으나, 현재 국내 C형 간염 지표들은 퇴치 목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퇴치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김 이사는 “C형 간염은 무증상 감염이 대부분(약 70~80%)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지만 경구용 치료제를 8~12주 투여할 경우, 98% 완치가 가능해졌다”며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증 간질환 부담을 줄이면서 감염원을 제거해 C형 간염 전파와 확산을 막는 최선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C형 간염 항체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발견에 한계가 이었다. B형 간염 검진은 만 40세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관리하고 있지만, C형 간염은 포함되지 못했던 것.

이 가운데 지난 7월 질병관리청이 제2차 국가건강검진위원회를 열어,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 항체검사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2025년)부터 만 56세(2025년 기준 1969년생)에 해당하는 사람은 국가건강검진을 틍해 C형 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이사는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이용한 국가 검진의 도입은 향후 국내 C형 간염 정복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C형 간염은 조기발견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는 만큼, 치료를 간과하기 쉬운 질병”이라며 “국민들도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C형 간염으로 진단받으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건강검진에 도입된 C형 간염 항체검사는 선별검사로, 검사결과가 양성이라도 할지라도 C형 간염 환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확진 검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 장병국 회장(계명의대 교수)은 ‘지방간: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라는 제하의 발제를 통해 각계각층에 지방간 명칭 변경의 의미를 알리고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에 열린 The Liver Week 2024 연례학술대회에서 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용어에 대한 성명 및 공식적인 한글 용어를 공표한 바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간장학 분야에서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과 ‘비알코올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이라는 질병명이 널리 사용됐지만, 음주량을 기준으로 한 진단기준이다보니 대사기능 장애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제적으로 배제적 진단 기준을 대체하고, 부정적 뉘앙스를 줄 수 있는 ‘fatty’라는 표현을 대체해 2020년 대사 이상에 집중한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MAFLD)’, 2021년 말, ‘Steatotic Liver Disease(SLD)’ 및 그 하위 유형으로서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라는 용어의 사용 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장 회장은 “간학회 역시 국제적으로 통일되고 정확한 명명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방간질환에 대한 새로운 용어를 정립하고자 2024년 2월 지방간질환 질병명 개정위원회를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위원회는 지방간질환의 본질을 반영하면서 질병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용어를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간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 광범위한 논의와 수정 끝에 간학회 이사회로부터 추인을 받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선정했다. 

장 회장은 “국제적 합의에 부합하면서도 국내의 문화적, 언어적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새 한글 용어로 선정했다”며 “영문 그대로라면 '관련'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하지만,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나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질환이 갖는 의학적 의미는 동일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질환명이 긴 것보단 간결한 것이 적용하기 용이하다”며 “의학적으로 소통하거나 환자에게 설명하기 쉬운 측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용어가 향후 환자를 배려하는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질환의 원인인 대사 이상에 대해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적극적인 조절로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약물 및 바이오마커 개발 촉진, 학술단체, 정부기관, 정책입안자, 의료산업 및 환자 단체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질병 인식 증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