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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강물처럼 넘쳐서 흐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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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강물처럼 넘쳐서 흐르지요
  • 의약뉴스
  • 승인 2013.08.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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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강아지처럼 뒹구는 그곳은 꿈에도 그리는 '고향'이지요.

고향에 가면 집 뒤란에 장독대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은 여기에서 나오지요.

햇살 가득한 오후, 장독대를 열면 잘 발효된 어머니의 사랑이 뭉개구름으로 피어납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다음은 권대웅 님의 시 '장독대가 있던 집' 입니다.)

권대웅/장독대가 있던 집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있던 구름들이

저의 옷들을 걷어 입고 떠나가고

오후 세 시를 지나

저녁 여섯 시의 골목을 지나

태양이 담벼락에 걸려 있던 햇빛들마저

모두 거두어 가버린 어스름 저녁

그 집은 어디로 갔을까

지붕은, 굴뚝은, 다락방에 모여 쑥덕거리던 별들과

어머니의 슬픔이 묻은 부엌은

흘러 어느 하늘을 어루만지고 있을까

뒷짐을 지고 할머니가 걸어간 달 속에도

장독대가 있었다

달빛에 그리움들이 발효되어 내려올 때마다

장맛 모두 퍼가고 남은 빈 장독처럼

웅웅 내 몸의 적막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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