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는 나았는데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감기 증상의 연장선이라 생각해서 감기약을 복용한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기 이후에 생긴 어지럼증이라면 전정신경염을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전정신경이란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말초 신경이다.
전정신경염에 의한 전형적인 어지럼증은 환자 자신의 주변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약한 어지럼증이 있다가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나거나 아무런 증상 없이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어지럼증을 느끼는 환자들의 절반은 밤에 증상이 발생하여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누워서 쉬면 나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는 누웠을 때 중력에 대해 몸의 양쪽 균형을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느낌이 들 뿐이다.
걸을 때는 몸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다 보니 이전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나고 설사 같은 자율신경계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정신경염은 뚜렷한 청력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아 난청과 이명은 동반하지 않는다. 증상은 수 시간 내지 하루 정도 지속되나 2-3일 지나면 호전되기도 한다. 만약 2일 이상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뇌 및 뇌혈관으로 인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감별이 중요하다.
어지럼증 검사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검사가 비디오 안진 검사이다. 스키 고글과 같은 안경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눈동자를 관찰하는데 눈동자의 움직임 즉 안구진탕의 빈도 및 방향성을 보고 병변을 유추할 수 있다.
온도안진검사는 귓구멍에 소량의 물을 넣고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전정유발근전위검사는 전정신경의 기능 저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검사이다. 청력검사상에서는 난청 및 이명이 없으므로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전정신경염은 2주정도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호전된다. 어지럽다고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누워만 있다면 회복은 더뎌진다. 증상이 발생하는 초기에는 어지럼증, 오심, 구토가 심하다 보니 약을 복용할 필요는 있으나 수일 동안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
약물치료보다는 재활이 빠른 회복을 돕는다. 활동이나 재활운동을 많이 할수록 더 빨리 호전될 수 있다.
전정신경염이 회복된 경우에도 운전 중 머리를 빨리 움직이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거나 높은 곳에 가면 어지럽다고 하는 환자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전정신경염이 재발했다고 걱정하지만 전정신경염 자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정신경염 회복기에 양성돌발성 현훈(이석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직장인들의 경우 어지러워도 직장일이나 회식자리를 피할 수 없어 과음이나 과로를 한 경우에 호전되던 어지럼증이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자료제공: 참튼튼병원-김호정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