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 4조 제2항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한의사 A,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자신의 명의로 C한방방원을 개설한 뒤 의료행위를 했고, B씨는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명의로 C한방병원을 개설한 뒤,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D씨와 동업을 해 C한방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했을 뿐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로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며 “설령 D씨에게 명의를 대여했더라도 D씨는 C한방병원만을 개설·운영했으므로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D씨가 자신의 부인 E씨 명의로 건물을 임차했고, 임대차보증금등 병원개설 자금을 전부 부담했으며, A씨가 B씨에게 병원 허가권·시설물 일체를 양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대가를 받지 않다”며 “A, B가 아닌 D씨가 인사와 재무를 관리했고 A, B씨가 경찰조사에서 월급을 받았다고 진술해 공동약정에 따라 이익배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한 의료법 제4조 제2항의 의미에 대해 다르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볼 경우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 중복돼 별 다른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의료인이 고령이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거나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1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법 제 4조 제2항은 의료인이 수 개의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막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막아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의료인이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