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최근 여야 3당 대표가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통과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단체가 의료민영화 법안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는 28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에 대해 규탄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대해 “사실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지역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민의를 전혀 해석하지 못하고 총선 후 첫 국회에서 이를 합의해 주려 하는 무능한 두 야당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는 사회적 논의는 커녕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대해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이 법안이 보건의료 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공적 규제를 풀어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지역화 전략이라는 것으로,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공공서비스를 민영화·영리화 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됐던 의료민영화·영리화 내용이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물론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 전 지역에서 공공병원의 매각 및 인수합병이 가능해지고, 제한적이라고는 하지만 식약처 허가 전 의료기기의 제조와 시판이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구상안에 따르면 강원도에서는 확장형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강원과 대전, 충북에서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정 확대할 수 있게 되며, 규제프리존에서는 개인의 추가 동의 없이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 허용을 해줘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두 번째로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철저히 기업의 이해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들 시민단체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해 12월 7일 ‘서비스특구 지정을 통한 규제청정지역 제안’을 통해 규제프리존 설치를 압박했고, 이 제안에서 전경련은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마련, 법인약국 허용, 과실송금(투자자가 외국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 허용 등 의료민영화·영리화의 핵심 내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이후 정부는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내놨는데, 이는 전경련이 제안한 대로 공공성이 큰 의료·교육 등 주요 규제개선 과제를 핵심규제가 장기간 풀리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일단 지역단위의 규제특례를 통해 민영화·영리화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임상시험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업이 임상시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환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건강보험으로부터 돈을 지급 받는다”며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해 남은 17조 원의 건강보험 흑자를 서민들을 위한 보장성 확보에 쓰기는 커녕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러한 규제완화의 성과사례로 든 일본의 ‘국가전략특구’가 의료영리화를 재촉하고 기업의 배만 불린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아베 정권이 2013년부터 추진한 ‘국가전략특구’가 마치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과장하면서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통과를 재촉하고 있는데, 일본 내에서는 오히려 국가전략특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는 것으로, 의료와 고용, 교육, 농업 등 공공성이 큰 분야의 규제를 제거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만 늘고 지역간, 국민계층간 격차를 더 넓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김경자 상임위원장은 “그동안 의료민영화를 막는데 힘을 합친게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총선 이후 여야 합의 첫 번째가 이것(규제프리존 특별법)이라는 기막힌 소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이종걸·주승용 원내대표를 만나 사실인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이라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합의 해 의료민영화 추진하려는 것으로 판단해 가만 두지 않겠다”면서 “투쟁으로 바로 잡을 것”이라는 말로 야당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