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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레미제라블(2012)-사라진 꿈을 되찾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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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레미제라블(2012)-사라진 꿈을 되찾고 싶다면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4.08.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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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판틴(앤 해서웨이)에게도. 꿈을 키울 무렵 그녀는 세상이 다 자기편인 줄 알았다. 입으로 불러보지 않은 노래가 없으며 먹어보지 않은 술이 없었다.

꿈을 만들고 써버리고 낭비했어도 그녀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없었다. 그만큼 세상은 만만했다. 하지만, 곤경은 찾아왔다. 그것도 시커먼 밤에. 그리고는 꾸던 꿈을 죽여버렸다.

나의 어린 시절을 즐겼던 그는 가을이 오자 떠나버렸다. 여전히 그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함께 살날을 기다리지만.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러니 신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지만.

하지만, 나의 꿈은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혔고 갈가리 찢겼고 수치심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눈물은 과연 마를 날이 올까. 어린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누가 먹여 살리나.

판틴은 공장의 여직공이었다. 혁명 전후 19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그녀는 음흉한 공장 관리자 때문에 쫓겨난다. 그리고 거리의 여자가 된다.

그녀의 불행은 시커먼 밤에 오지 않고 백주 대낮에 천둥처럼 몰려왔다. 공장의 사장인 장발장( 휴 잭맨)은 판틴이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판단해 자책한다. 그리고 죽은 판틴을 대신해 코제트의 아버지가 된다.

이런 사정을 자베르( 러셀 크로우)는 의심하며 장발장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 형을 받고 복역중인 그는 힘이 장사라 거친 노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열심히 복역한 결과 가석방으로 출소한 장발장. 그는 어디를 가든 사법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걸 어겼다. 먹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죄수였던 자에게 일자리가 호락호락 떨어질 리가 없다.

▲ 코제트의 엄마로 분한 앤 해서웨이가 '어 드림드 어 드림'을 부르는 장면은 눈물겹다.
▲ 코제트의 엄마로 분한 앤 해서웨이가 '어 드림드 어 드림'을 부르는 장면은 눈물겹다.

자신을 도와준 사제를 배신하고 은그릇을 훔친다. 다시 잡혀 온 그에게 사제는 훔친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준 것으로 말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신이 있다는 말인가.

대오각성한 장발장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신앙심을 키우고 낮 밤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을 터. 그랬으니 공장 사장에 시장도 됐을 것이다. 이제 그는 장발장이 아닌 마들렌 시장으로 파리 시민의 추앙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베르에게 그는 가석방 중 도망친 범죄자에 다름 아니다. 체포해야 하는데 그가 장발장인지 아닌지를 확신할 길이 없다. 마차에 행인이 치었다. 생명이 오가는 절체절명이 순간.

그는 괴력을 발휘해 마차를 들어 올려 시민을 구한다. 저 힘, 저 괴력, 파리 올림픽 역도 금메달감 아닌가. 자베르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시장이 범죄자 장발장이다.

그 무렵 프랑스는 혁명의 불길로 가득하다. 청년 마리우스를 중심으로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왕당파 병력과 대결하고 있다. 이 밤이 새기 전에 그들의 운명이 어찌될까. 혁명군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마리우스는 부상을 입는다. 죽을 목숨이다. 장발장이 그를 구한다. 그가 자신의 딸로 키우는 코제트를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을 장발장은 안다. 헌신에 헌신.

대체 장발장은 누구인가. 신인가 인간인가. 자신을 죽일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장발장은 끝내 자베르를 용서한다. 자베르는 흔들린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을 수 있나. 그는 강물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마리우스는 치료됐고 코제트와 결혼에 골인. 어머니 판틴의 꿈은 박살났지만 딸 코제트의 꿈은 실현됐다. 이렇게 보면 톰 후퍼 감독의 <레미제라블>은 해피 앤딩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처참했다. 둘이 행복하다고 해서 나머지 민중이 그렇다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가: 영국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평점:

: 빅 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을 동명의 뮤지컬로 만들어 흥행은 물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서두에 언급한 꿈 관련 내용은 극중 앤 헤서웨이가 부른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의 일부 내용이다.

가사도 가사지만 배우의 노래 실력과 연기가 겹쳐져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만든다. 뮤지컬인 만큼 여기에는 숱한 명곡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민중의 노래’ 는 혁명의 절실함에 딱 맞닿아 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는 혁명파의 심장은 뜨겁게 불타오른다. 한편 경감 자베르와 도둑 장발장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악법이든 뭐든 법을 지키고 집행하려는 자베르와 사랑과 평등과 평화를 실천하려는 장발장의 대립이 흥미롭다.

덧붙여 인간의 존엄성, 가난, 빈부격차, 정의, 종교적 구원 등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 분명한 것은 바리케이트 너머에 꿈과 희망이 있다면, 거기에 내일이 있다면 혼자가 아닌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1%라도 희망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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