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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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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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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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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의약뉴스]

 

Practice Changes.

지난 6월, 시카고에서 진행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는 전 세계에서 6000편에 가까운 초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들어 과거에 비해 볼거리가 줄었다는 평을 받고 있던 ASCO지만, 올해는 대회 기간 곳곳에서 발표된 연구 성과들에 ‘경이롭다’는 찬사가 쏟아지며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플래너리 세션에서는 연거푸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이외에도 ‘New Standard of Care’라는 단어가 쉬지 않고 등장했다.

다만, 찬사를 받은 연구는 대부분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규모 자본력이 동원된 신약 관련 연구로, 기존 치료제의 성과를 뛰어넘는 연구였다.

이처럼 신약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ASCO에서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는 이미 특허가 풀린, 이른바 Old Drug으로 6000편에 가까운 연구 성과 중 ‘임상을 바꿀 10대 연구’에 꼽혀 화제를 모았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백금항암제 중 하나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을 활용,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추었다는 PEARLY(KCSG BR 15-1)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

국내 22개 기관이 참여해 900명에 가까운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려 10년간 연구를 진행해 얻은 성과로,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 연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빅파마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올드 드럭의 가치를 국내 연구진들이 재발굴, 연구자 주도 임상의 가치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PEARLY 연구의 주저자로 ASCO 현장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를 만나 이 연구의 가치와 추가 과제, 그리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가 진행한 PEARLY 연구가 ‘임상을 바꿀 10대 연구’에 꼽혀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의약뉴스는 이 연구의 주저자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를 만나 연구의 가치와 추가 과제, 그리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가 진행한 PEARLY 연구가 ‘임상을 바꿀 10대 연구’에 꼽혀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의약뉴스는 이 연구의 주저자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를 만나 연구의 가치와 추가 과제, 그리고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글로벌 제약사가 외면하는 연구, 환자 위해 연구자 주도 임상 추진
유방암의 다양한 아형 가운데 삼중음성 유방암은 상대적으로 조기 재발 위험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다만,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BRCA 변이나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은 백금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제 가능한 조기 유방암에서 백금항암제가 환자들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에 다양한 연구에서 카보플라틴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은 제시했지만, 사업성이 없는 약물이다보니 제약사들의 전향적 연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 가운데 손 교수는 환자들을 위해 연구자주도 임상(Investigator Initiated Trial, IIT)이 필요하다고 판단,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통해 PEARLY 연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손 교수는 “카보플라틴은 유방암에서 효과가 좋은 약도, 그렇다고 효과가 없는 약도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중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 유방암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그 중에서도 특히 BRCA 돌연변이가 가장 많은 삼중음성 유방암에는 백금(Platinum)이 DNA 교차결합(crosslinking)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카보플라틴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이런 기전들이 밝혀지며 카보플라틴이 유방암 치료제로 재등장한 것이 약 10년 전”이라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카보플라틴이 BRCA, HRD 등에 반응을 하는 만큼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또 전이성 유방암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탁소텔(Taxotere)과 카보플라틴을 헤드 투 헤드(head-to-head)로 직접 비교한 연구,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Neoadjuvant)으로 기존의 표준치료법이었던 AC(안트라사이클린 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탁산 계열(Taxane therapy)에 카보플라틴을 추가하는 무작위 2상 연구 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연구에서 대체로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탁소텔보다 카보플라틴의 효과가 더 좋았다는 결과가 NATURE에 발표됐고, 이후 두 번의 2상 연구에서도 카보플라틴을 추가했을 때 pCR(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병리학적 완전관해)이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유방암 치료에 있어 카보플라틴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에 “기존표준요법에 카보플라틴을 추가하면 재발이 줄고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이 좋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그러나 신약이 아니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었고, 이에 KCSG(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연구자로서 글로벌 제약사가 하지 않는 연구 중 이 정도로 가치가 있는 연구는 3상까지 IIT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제안을 했다”고 연구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카보플라틴의 가치를 우리나라에서만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국립유방암임상시험센터(NSABP)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추진한 것. 특히 미국에서는 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이 더해졌다.

다만, 연구의 설계는 조금 달랐다.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만 평가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까지 연구 대상에 포함했다.

그는 “(키트루다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의 이득을 확인한) KEYNOTE-522 연구 이후 대부분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부터 시행한다”면서 “수술부터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과거에는 병원마다 상황이 달라서,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이 혼재되어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환자의 몸 안에 전이된 림프절이 많은 경우에는 당연히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술을 먼저 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NSABP 연구에는 수술 후 보조요법만 포함했는데, 카보플라틴을 재발 방지 용도로 쓰기 위해 2기 또는 3기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이와는 달리 연세암병원에서는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을 주로 선택했는데, HER2 양성 유방암도 과거에는 수술 후 보조요법을 주로 선택했으나 현재는 TNBC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을 선택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 선택이 연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 평가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은 물론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서도 카보플라틴 병용요법의 이득을 확인한 것.

그는 “연구 당시 분과위원회에서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인데 수술 후 보조요법이 아니라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까지 함께 진행해나’라는 질문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연구의 성공 요인은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을 동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요소가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치료 환경을 층화요인(Stratification factor)으로 포함했다”면서 “예를 들어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 환자가 800명 중 500명이 등록됐으면, 각 250명씩 나누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등록된 남은 300명도 각 150명씩 나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요법을 선택하는 것이 두 그룹 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끔 층화 요인으로 포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를 더 등록할 수 있게 했던 것이 연구 디자인의 핵심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보플라틴,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수술 후 재발 위험 33% ↓
신약이 포함되지 않아 대규모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22개 기관에서 참여해 무려 10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총 868명의 환자를 모집, 1대 1로 나누어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안트라사이클린 기반 항암화학요법(독소루비신+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4주기 이후 탁산(파클리탁셀 매주 1회 12주기 또는 도세탁셀 3주 1회 4주기) 단독요법 또는 탁산과 카보플라틴 4주기 병용요법을 시행, 이후 2024년 2월 14일까지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해 그 결과를 ASCO 2024를 통해 공개했다.

ASCO 2024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는 중앙추적관찰 57.2개월 시점의 자료로, 1차 유표성 평가변수인 5년 무사건생존율(Event-Free Survival, EFS)이 카보플라틴 병용군은 82.3%, 대조군은 75.1%로 카보플라틴 병용군의 사건 발생 또는 사망의 위험이 33% 더 낮았으며(HR=0.67, 95% CI 0.49-0.92, P=0.012), 통계적으로도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무사건생존율에서의 이득은 림프절 상태(음성 또는 양성), 병기(2기 또는 3기), 보조요법 종류(수술 전 또는 수술 후), BRCA 상태(변이 또는 야생형), 연령(50세 미만, 50세 이상), 탁산 종류(파클리탁셀 또는 도세탁셀) 등 사전에 지정한 하위 그룹 전반에 걸쳐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면서 “연구의 가설을 세울 때 5년 무병생존기간의 확률을 68%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로 “연세암병원의 2기 또는 3기 환자의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32%가 재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100명 중 32명은 재발하는데, 재발한 이후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년에서 1년 반으로, 결국 대부분은 사망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 연구에서 5년 무사건 생존률의 위험비(Hazard Ratio, HR)는 0.67이었고 P값(p-value)은 0.012”라며 “통계학적으로 100명 중 33% 정도의 이벤트를 줄였다는 말로 절대값은 약 7% 차이가 났는데, 100명을 치료한다면 7명은 재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중음성 유방암의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지난 30년 동안 성공한 연구는 BRACA 돌연변이 환자에서 린파자와 키트루다, 젤로다 외에는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잊혀졌던 카보플라틴을 삼중음성 유방암 재발 억제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시켰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재발하면 죽는 병이기 때문에 이 치료제의 등장은 더욱 뜻 깊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의 2차 유효성평가변수인 5년 전체생존율도 카보플라틴 병용군이 90.7%로 대조군 87.0%보다 높은 추세를 보였다(HR=0.65, 95% CI 0.42-1.02, P=0.057).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과 원격 무재발 생존율(Distant Recurrence-Free Survival, DRFS)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비록 아직까지는 전체생존율을 포함한 2차 평가변수들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카보플라틴이 재발을 막아 결국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전체생존율의 위험비는 (무사건생존율 보다) 더 떨어져서 0.65였다”면서 “그러나 이벤트가 먼저 발생하고 사망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망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무사건생존율을 평가하는 이벤트(재발 등 사건 발생 또는 사망)는 두 그룹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발생했지만, 전체생존율 관련 이벤트(사망)은 아직 통계적인 차이를 가를 수 있을 만큼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35% 정도의 유의미한 리스크 개선이 있었다”면서 “2년 정도 추가로 관찰하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무사건생존 측면에서 사건 발생 절대값이 7% 감소했는데, 이는 7명의 환자가 재발하지 않아 생명을 구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 전체생존 지표에 대한 서브 지표로 무사건생존이나 무병생존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키트루다도 무사건생존 관련 지표가 먼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 순차적으로 전체생존이 개선된 데이터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카보플라틴군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이 46.0%로 대조군의 39.4%를 크게 상회했는데, 두 그룹을 통합해 분석한 결과,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달성한 환자에서 사건 발생위험이 84% 낮은 것으로 보고돼(HR=0.16, 95% CI 0.10-0.27, P<0.0001) 병리학적 완전관해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PEARLY, KEYNOTE-522 연구에 당위성 제시
PEARLY 연구가 진행된 10년 사이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 보조요법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면역항암제 중 키트루다가 KEYNOTE-522 연구를 통해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른 것.

KEYNOTE-522 연구는 PEARLY와 동일한 요법(안트라사클린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탁산과 카보플라틴 병용)에 키트루다를 추가한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 수술 후 키트루다 단독 보조요법을 시행, 무사건생존율과 전체생존율을 개선했다.

다만, 유방암에서 카보플라틴의 이점이 명확하지 않던 상황에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에 카보플라틴을 추가, 그 역할을 두고 논란도 있었다.

이 가운데 3상 임상, PEARLY를 통해 카보플라틴의 이점을 확인, KEYNOTE-522 연구 설계에 당위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손주혁 교수는 “사실 키트루다 보조요법은 카보플라틴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3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과잉진료라는 측면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키트루다를 두고 카보플라틴을 넣고 빼며 연구하는 것에 대한 제안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연구”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PEALY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오히려 모호했던 카보플라틴의 근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면서 “이제 KEYNOTE-522 연구처럼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서는 키트루다에 카보플라틴까지 포함하는 요법이 표준이 될 것이고,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는 2, 3기라면 카보플라틴이 들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손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체생존율에 대한 추가 분석과 카보플라틴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PEARLY는 3상 연구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전체생존율이 나와야 한다”면서 “따라서 전체생존율에 대한 추가 관찰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개연구 측면에서는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가 HRD인데, 이 HRD를 통해 카보플라틴의 반응이나 병리학적 완전관해, 무사건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에 영국의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순환종양 DNA(ctDNA) 연구도 함께 진행해 작년에 JNCI 저널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HRD 연구는 카보플라틴이 꼭 필요한 환자를 찾는 연구라고 볼 수 있다”며 “HRD는 결국 BRCA 변이 환자를 찾는 것인데, 이 환자에서는 백금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더해 “이미 HRD를 찾는 기술(HRDetect)을 네이처지에 게재한 연구 그룹이 있어서, 우리 측에서 전장 유전체 분석(Whole-Genome Sequencing, WGS)을 해서 그들의 분석 알고리즘에 넣어달라고 요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HRDetect가 실질적으로 카보플라틴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에 중요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ASCO 2024가 마무리된 직후 해외 의학전문지 Practice Update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6000여개 연구 가운데 PEARLY를 임상에 변화를 가져올 10가지 연구(Ten Practice Changes) 중 하나로 꼽았다.

아울러 손 교수의 전망처럼 이 연구를 근거로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서는 KEYNOTE-522 요법이 불가능한 경우,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는 고위험군이라면 AC 요법에 카보플라틴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손 교수 역시 “이번 연구는 그간 유방암 분야에서 20년 동안 일하며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연구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설립된지 25년이 넘었지만 이처럼 보조요법과 관련한 3상 연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프랙티스 체인징(practice changing)을 이뤄내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영광”이라며 “이후 대중화까지 잘 이루어져 가이드라인에도 반영이 되고,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점점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손 교수는 PEARLY에 이어 또 하나의 ‘프랙티스 체인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액체생검 전문기업, AIMA를 설립했다. 액체생검, 즉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50가지 이상의 암을 조기에 발견, 완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 손 교수는 PEARLY에 이어 또 하나의 ‘프랙티스 체인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액체생검 전문기업, AIMA를 설립했다. 액체생검, 즉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50가지 이상의 암을 조기에 발견, 완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또 하나의 프랙티스 체인지, 혈액으로 암 조기 발견해 완치하는 시대 연다
한편, 손 교수는 PEARLY에 이어 또 하나의 ‘프랙티스 체인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액체생검 전문기업, AIMA를 설립했다.

액체생검, 즉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50가지 이상의 암을 조기에 발견, 완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손 교수는 “AIMA는 ctDNA를 통해 전체 암종에서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라라며 “ctDNA 연구 과정에서 피보팅(pivoting)을 해서 혈액의 ctDNA를 통해 암을 구분하는 특허를 냈다”고 소개했다.

ctDNA란 세포가 생성돼 성장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혈액에 방출한 DNA 조각으로, 다양한 암종에서 암을 진단하고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며, 치료 예후를 평가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특히, 침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기존의 조직생검에 비해 환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비교적 간단하게 샘플을 채취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혈액 내에 떠돌아다니는 DNA 조각을 통해 진단하기 때문에 DNA 조각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조기암에서는 진단이 쉽지 않고,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에 AIMA는 전장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AI를 접목해 미미한 DNA 조각으로도 암 진단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가고 있다.

손 교수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첫 번째가 비용 문제”라며 “현재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에서 비용이 가장 크게 떨어지고 있는 방법이 전장 유전체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타깃 시퀀싱(Targeted Sequencing)은 프로브(probe)가 필요한데, 프로브의 가격이 비싸서 검사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반면, 전장 유전체 분석은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두 번째로 검진을 위해서는 혈액 내에 암과 관련된 DNA가 있어야 하는데, 초기에는 DNA가 미미해서 현재의 기술로는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면서 “이에 우리는 몇 백가지 DNA만 찾는 기존의 기술과 달리 30억개에 이르는 인체의 모든 유전자를 다 찾는다”고 차이를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30억 개를 다 분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 DNA의 복제수나 조각 크기 등 특징들을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여기에 AI를 접목, 정상 DNA와 암 DNA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 검증(Validation)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임상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대규모 3상 임상이 필수적”이라면서 “이에 대규모 연구를 하고 있으며, 1만 명 정도를 목표로 현재 4000명 정도의 샘플을 분석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는 없는데, 이런 접근법으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AIMA를 설립했다”면서 “이를 통해 다양한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완치의 길로 가는 환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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