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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9-17 00:31 (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교차 투약 논란 “써 봐야 답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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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교차 투약 논란 “써 봐야 답을 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08.2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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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특성 따라 1차 치료제 선택...반응은 예측하기 어려워

[의약뉴스] 

행복한 고민이라 하기엔 슬픈 현실이다.

과거에는 조절하기 어려웠던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강력한 치료제들이 연달아 등장, 이제는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약제마다 특징이 달라 빠른 증상 조절과 편의성, 안전성 등 약제별 장단점을 두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 탓에 사실상 한 번 약제를 결정한 이후에는 다른 치료제로 전환할 수 없어 단 한 번의 선택에 모든 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각 약제의 장단점은 잘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약제에 대한 바이오마커가 없어 어떤 환자들이 어떤 약제에 잘 반응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오른쪽)와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자유로운 약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오른쪽)와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자유로운 약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약제간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하도록 급여 기준을 유연하게 변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고 증상을 악화는 요인과,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반질환까지, 임상 양상이 너무나도 다양한 환자들에게 약제 선택의 기회를 단 한 번만 제공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총무이사)는 “조절되지 않는 아토피 피부염은 전신 동반질환을 유발한다”면서 “또한 환자별로 다앙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지만, 약에 대한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어 치료 과정에서 반응을 확인해야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약제의 전환이 가능해야만 아토피 피부염의 미충족 수요(Unmet-Needs)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 역시 “한 가지 약에 모든 환자가 반응하지는 않는다”면서 “피부 양상 등에 따라 한 가지 약을 사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약제 전환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근거가 충분히 쌓였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실례로 JAK 억제제인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화이자)와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애브비)는 모두 허가 임상의 확장 연구를 통해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성분명 두빌루맙, 사노피)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서 치료제를 전환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시빈코는 허가 임상인 JADE COMPARE 연구 기간 듀피젠트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 중 80% 이상(시빈코 200mg 기준)이 후속 확장연구인 JADE EXTEND에서 시빈코를 투약한 후 EASI-75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했다.

여기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투약례가 늘어나면서 치료제 전환에 대한 실제 임상현장 근거(Real-World Evidence, RWE)도 쌓이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 근거는 생물학제적제제에서 JAK 억제제로, 또는 JAK 억제제에서 생물학적제제로의 전환뿐 아니라 같은 계열간 전환에서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반응을 되찾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목소리다.

안지영 교수는 “근거라 하면 시빈코 3상 데이터(JADE EXTEND)로 충분하며, 환자 사례 역시 RWE가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역설했다.

다만 ”비록 (확장 연구나 RWE는)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RCT)보다 잘 짜여진 연구는 아니지만, 약제 전환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환자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라며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사이클로스포린이나 메토트렉세이트 등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들은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새로운 약에만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장용현 교수 역시 “근거가 충분하다,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며 “기존의 고식적 전신치료제들은 근거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상호간 전환이 가능한데, 새로운 치료제들만 안된다면 애초에 1, 2차 치료제로 구분해 허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RWE가 RCT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당연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제는 RCT로만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현장에서 약제를 처방하는 전문의와 환자들의 목소리를 다 종합,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환자들이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을 때, 다른 좋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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