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9-17 00:31 (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전문의 가치 휴지조각, 돌아가지 않는다”
상태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전문의 가치 휴지조각, 돌아가지 않는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8.28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숙 전 의원, SNS에 공유...“선배 원로 의사로서 반성”

[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 여파로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한 배경을 설명하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 선배 의사들을 숙연하게 하고 있다.

박인숙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의사들 사이에 공유되는 “어느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글”이라며 ‘선배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 박인숙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가 쓴 글을 공유했다.
▲ 박인숙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가 쓴 글을 공유했다.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내년 3월에 막연히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면 기대를 버리라”고 운을 뗐다.

여기에 더해 “수사적인 표현도, 겉치레도 아니라 수련 이유가 사라졌으니 정말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진심을 그대로 전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턴을 마치고, 고향으로 오기 전 로컬을 먼저 경험했는데, 첫 해는 응급실에서, 다음해는 통증클리닉에서 일했다”면서 “초보의사에게 로컬은 매혹적이었는데, 말로만 80시간이지 실제로는 일주일에 120시간씩 일하던 대학병원의 살인적 로딩은 없었고, 의사 중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잡부의 일을 하며 최저 시급도 안 되는 월급을 받던 대학병원과 달리 과분한 대우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긴박한 응급실에서의 드라마틱한 경험을 잊지 못했고,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고 싶었기에 수련을 받기로 했다"고 응급의학 전공의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젠 돌아갈 생각을 버렸고, 골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며 “불합리한 수련 시스템을 견딜 만큼 전문의 자격증의 가치가 높았던 이전과 달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모든 것이 휴지조각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수련 시스템은) 염가에 의사를 부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내과 전공의들은 내시경 스포크를 구경조차 못하고, 외과 전공의들은 충수돌기 절제술을, 정형외과 전공의들은 쇄골 개방정복고정술(ORIF, open reduction and internal fixation)를 단 한 건도 집도하지 못한 채 졸국(의국 졸업)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웠던 선배 시절과 달리 이런 사정을 나누며 학생 시절부터 수련에 환멸을 느낀 젊은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는 일에 예전만큼 집착하지 않는다”며 “교과서대로 진료해도 삭감을 일삼는 심평의학의 횡포와 ‘의사는 잘못이 없어도 도의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사법의학의 압제에 시달리다 자의로든 사고로든 목숨까지 잃는 선배들을 보며, 일반의로 비보험 진료를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십 원 한 장 안 되는 감사인사와 사람을 살렸다는 바이탈 뽕에 취해 몸과 마음과 젊음을 갈아 넣었지만, 어느날 공부를 못해서 바이탈과를 한다는 낙수의사 취급을 받았고, 응급의학과는 성범죄자가 자신의 과오를 방어하기 위해 가는 속죄의학과이자, 청부살인할 음모를 꾸미는 암살의학과 취급을 받았다”며 “내가 살려낸 환자들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응급실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응급실 식구들에게 ‘곧 해결되겠죠’라는 인사를 건네며 병원을 나온 우리는 그 길로 반년째 의사면허를 봉인 당했다”며 “대리운전, 과수원 일용직, 학원 보조강사, 카페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던 우리를 도와준 의국 선배들이 있었지만, 스승으로 모시던 분들은 힘내라는 연락조차 주지 않았고, 기껏 온 연락도 ‘나 덜 힘들게 돌아오라’는 투정뿐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에 “우리는 정말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언젠가 다시 뵐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글을 공유한 박 전 의원은 “선배 원로 의사로서 가슴 뜨끔한, 깊이 반성하게 하는 글”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