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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환자? 복지부 차관 발언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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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환자? 복지부 차관 발언 뭇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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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라디오 출연 언급...의협 “정책실무 책임자의 발언이라는 것에 충격”

[의약뉴스] 복지부 차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환자'라고 발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복지부 차관 발언에 말도 안 된다면서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4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응급환자 경증 판단 여부에 대해 ‘본인이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은 경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민수 차관.
▲ 박민수 차관.

구체적으로 “중증은 거의 의식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로, 그렇지 않고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이런 것들은 경증에 해당한다”며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 이런 것도 사실 경증”이라고 주장했다.

박 차관의 발언 직후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성명을 통해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규탄했다.

특히 “최근 정부는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경증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부담을 90%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경증환자들에게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정책으로, 의료현장과 환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겉만 번지르르한 땜질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차관의 경ㆍ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가 진행되면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의사들도 구분이 어려워 수많은 임상경험과 공부를 통해 판별해야 하는데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증이면 도대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은 왜 공부한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또 “응급실은 ‘전화를 못 걸 정도의 환자’만 받는거니 더 이상 전화기가 필요없단 얘긴인가”라며 “이런 식으로 쉽게 경ㆍ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가 진작부터 중증으로 판정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아 의협은 “이런 말을 언론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정책실무 책임자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인식 수준의 차관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니, 대통령이 현 상황을 ‘원활하다’며 태평하게 보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정부는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 위한다면, 역대급 망언을 날로 갱신하는 박 차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한다”며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요 의료계 인사들도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탄한다”며 박 차관의 발언을 규탄했다.

그는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에 걸어들어오는 환자는 정말 많고, 그중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내원 당시 그들은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례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 때 진료했던 환자 중 치통을 주호소로 내원한 할머니가 한 분 있었는데, 의식은 명료했고 경환 구역까지 걸어서 들어왔다”며 “환자는 호소하는 증상이 지리멸렬해 갈피가 잡히질 않아, 여러 검사를 진행했는데 CT 상 대동맥 박리가 확인돼 곧장 수술실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 박단 위원장의 페이스북.
▲ 박단 위원장의 페이스북.

이어 “보기 드문 사례였고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황당하지만 당시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것”이라며 “만약 그랬다면 환자 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관의 말은 결국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사망한 후에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과대학 교육과 5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나아가 “환자를 당신의 실적으로만 보지 않길 바란다”며 “대통령의 말처럼 부디 의료 현장에 가서,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의협 노환규 전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이 많이 나는 것은 패혈증의 전조 증상일 수 있고, 아이들에게서 열성 경련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열사병이 원인인 경우 사망율이 높다”면서 “배가 갑자기 아픈 것은 대동맥 박리나 대동맥 파열, 또는 심근경색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고, 장 괴사의 초기증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증과 중증의 분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환자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박 차관은 아주 간단하게 무엇이 중증이고 무엇이 경증인지를 국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줬다”고 비꼬았다.

‘복지부 차관이라는 직책의 수준에 걸맞는 명쾌한 답변’이라고 다시 한 번 비꼰 노 전 회장은 “전세기를 띄웠다는 얘기가 왜 들리지 않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인숙 전 의원도 “복지부 차관이 완전 이성을 잃었다”며 “소아심장전문의로 수십년의 임상 경험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도 외래나 응급실에서 소아환자를 보고 ‘경증이다, 괜찮다, 집에가도 좋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고 힐난했다.

이어 “심장초음파 검사를 할 때도 정상이라고 최종판단을 내릴 경우가 어떤 이상이 발견된 환자보다 더 오래 보는데, 작은 이상이라도 놓치는 건 아닌지 끝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들도 이러한데 일반인에 불과한, 일개 차관이라는 자가 이런 위험하고 틀린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하다니 그 멘탈에 놀랄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차관이 공개석상에서 떠든 이런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한다”며 “차관이라는 자가 이런 황당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는 걸 보면 의료재앙이 조만간 끝날 가능성은 요원해보인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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