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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보건의료 회색코뿔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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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보건의료 회색코뿔소 중 하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9.2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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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수가ㆍ지역의료ㆍ필수 세부전문과목으로 접근해야"
▲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은 지난 28일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강화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은 지난 28일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강화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약뉴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한 사건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필수의료에 대한 문제점 및 경고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으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요건은 ▲수가 인상 ▲지역의료 강화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에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은 지난 28일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강화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회색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말한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서 눈에 잘 띄고,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방법을 알지 못해 부인해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박 소장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출혈성 뇌졸중 발생 사망 사건을 두고 ‘보건의료의 회색코뿔소’라고 일컬었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이지만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 의사는 2명이었고, 이들이 퐁당퐁당 당직을 서야만 하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는 것.

그는 “필수의료에 문제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해결방안 마련이 미흡했다”며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이 심각한 건 전공의 지원율이 낮지 않은 신경외과에서, 서울아산병원이라는 수도권에 있는 빅5 병원에서 발생했다는 것으로, 흉부외과 등 전공의 충원율이 낮은 과나 지방, 중소병원에선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의대생을 대상으로 전공과목 선호도를 조사하면 ▲내과 ▲정형외과 ▲정신과 ▲소아청소년과 순이지만, 2022년 실제 확보된 전공의를 확인해보면 ▲가정의학과 ▲마취통증학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의 전공의 충원율이 선호과와 다르게 높은 편이다.

또한 우리나라 의사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대비 2020년의 연령병 의사수가 차이가 있는데 35세 의사수는 줄어들었지만, 55세에서 64세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인구구조 같은 모습이다. 35세 의사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의사의 수가 더 떨어졌다”며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 중에 남성이 더 많기 때문에 젊은 의사 수가 줄어드는 건 외과계 지원은 더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가 문제도 여전한데, 아직도 검사료와 영상진단 및 방사선 치료료가 각각 136% 140%로 높지만 처치 및 수술료는 100%가 안 된다”며 “이러한 지표는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검사를 많이 해야 이익이 된다는 걸 그대로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원의와 봉직의의 보수 차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의 보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는 1310만원이지만 병상이 있는 의원의 경우는 2784만원으로 2.12배 많다”며 “병상이 있는 의원의 전문의 보수는 상급종합병원은 2.14배로, 안과는 3.62배, 정형외과는 2.97배, 신경과는 2.94배, 신경외과는 2.72배 등이다. 개원을 할 수 있는 봉직의는 월급을 반이 깎인 채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높은 업무강도를 가지면서 월급을 많이 받고 있다”며 “문제는 이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느냐인데, 다음 세대는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은 걸 용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필수의료를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필수의료 수가보상 및 지원 확대 ▲필수의료인력 교육수련 강화 ▲필수의료분야 맞춤형 지원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수급관리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필수의료의 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박 소장은 필수의료 강화방안으로 정책방향을 조정하고, ▲수가 인상 ▲지역의료 강화 ▲필수 세부전문과목 인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모든 의료가 필수의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필수가 아닌 의료는 없으며,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의료분야는 필수의료라고 정의 내려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공급이 건강보험으로 묶여있고, 인력 역시 제한돼 있다. 의대정원을 풀자는 의미가 아니라 수가 정책이나 인력 정책을 만들 때 훨씬 정교해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면 중증질환, 의료 효과성, 비용-효과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해야 한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박 소장은 “그동안 전공의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던 것을 전문의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공의 때 3~4년 고생은 참을 수 있지만 전문의가 되고 난 다음 3~40년 동안 고생해야 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문과목 보다는 세부 전문과목으로 바꿔서 접근해야 하는 한편, 응급ㆍ야간ㆍ공휴일에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포커싱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필수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상 ‘수가’ 이야기를 해서 ‘기-승-전-수가’라는 말이 있지만, 수가를 건강보험에서 잡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수가를 조정해줘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응급 기본진료료는 응급의료관리료,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 관찰료 등 나눠져 있고, A등급을 받으면 가산을, C등급을 받으면 깎인다. 이를 A, B등급을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또 “꼭 관철됐으면 하는 게 ‘야간 및 공휴일 가산’으로, 공휴일 야간에 근무를 하게 되면 100% 가산을, 분만의 경우에는 200% 가산을 했으면 한다”며 “중증에 난이도 있는 수술에 대해선 인상해줘야 하며, 중환자실 수가 역시 인상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지방의료의 경우엔 분만취약지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분만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에 대한 국가 부담을 늘리는 한편, 소아응급 취약지를 지원해 소아응급취약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박 소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바꿔서 필수진료과목 9개에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를 추가하고, 일부 진료과목은 필수 세부전문과목으로 명시했으면 한다”며 “지방인 경우 지역중심 의료기관 수행 시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 세분전문과목의 적정인력 평가를 하면서 세부전문과목 인력당 주당 수술시간을 살펴봐야 한다”며 “일인당 주당 수술시간이 10~30시간이면 가산을, 30시간 이상이면 페널티를 매겨, 병원장들에게 필수의료 인력을 충원하고, 강화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소장은 “보건의료 회색코뿔소는 필수의료 말고도, 저출생ㆍ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신종감염병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질환, 치매, 비감염성 질환, 자살과 정신건강 등 더 많이 있으며, 해법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건의료관련 28개 법률의 장기계획과 연계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람중심의 통합 보건복지를 이룩해내야 한다”며 “건강보험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중앙과 지방정부의 보건의료 거버넌스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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