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적을 알면 이기기 쉽다. 병력과 무기와 전투 일정과 수뇌부의 모임 장소가 손바닥에 있다면 게임의 승자는 정해져 있다.
첩보전은 현대전은 물론 과거에도 매우 중요했다. 세작이나 밀정, 간첩 같은 말들은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좀 더 세련된 표현인 공작원이나 스파이, 프락치도 마찬가지다.
은밀하게 적의 심장부에 들어가 기밀을 탐지해 낸다. 이들의 활약은 극비리에 진행된다. 경쟁자를 제거하는데도 이보다 더 요긴한 건 없다. 여전히 활개치는 이유다.
1970년대 미국 콜로라도.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들의 혐오대상은 흑인. 혐오를 넘어 아예 파괴하고자 한다. 없애 버리고 싶다. 과거처럼 노예로 부리고 싶다.
흑인은 공산주의자, 백인의 가치에 저항하는 더러운 원숭이, 강간범, 살인범이며 미국을 잡종 국가로 만든 자 들이다. 깜둥이는 교활하다는 것.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첫머리에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그런 흑인들이 인권이니 뭐니 하면서 백인들의 턱밑까지 기어오르고 있다. 흑인 학생 회장 파트리스( 로라 해리어)는 학생들을 선동한다. 백인에 맞서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흑인이라는 사실에서 도망치지 말고 아름다운 흑인을 위해 흑인의 힘을 보여주자고 소리친다.
KKK이 두고 볼리 없다. 순백의 미국, 우월한 인종을 위해 잡초 제거에 나선다. 이들의 대립이 격화될 즈음 흑인 경찰 론(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KKK단과 접촉한다.
전화를 걸어 흑인 새끼들을 증오한다고 떠벌인다. 그들이 원하는 회원 가입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스파이 합격. 하지만 론은 흑인이니 목소리로 가입할 수는 있지만 얼굴을 보여주는 KKK단원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동료 경찰 플립( 아담 드라이버)이 나선다. 흑인의 생리를 잘 아는 론은 그들을 격멸하는 적당한 단어들을 나열한다. 플립은 론에게 배운 대로 적진에서 활용한다.
론은 한발 더 나아가 조직의 우두머리와 접선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경호 경찰로 차출된다. 조직에서 인정받은 플립은 간부로 성장한다. 그때 플립에게 위기가 닥친다.
자신을 체포했던 강도가 플립의 신분을 알아챈 것. 이런 경우 대개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플립은 기지를 발휘에 위기를 모면한다. KKK이 행동에 나선다. 강력한 C-4 폭발물을 이용해 흑인 학생들을 죽이려 한 것.
하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플랜 B로 파트리스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차량 아래에 폭약을 놓는다.
이 영화는 약간의 실화와 구라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코미디적 요소가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한편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경찰의 이런 노력이 있는 반면 인종차별의 주체가 경찰이 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흑인에게만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경우가 그것이다.
노예에서 해방되고 선거권을 갖고 백인 식당을 이용하지만 거기까지다. (최근에 한인 가운데 한 명이 미국 소도시 맥도날드 가게에서 주문한 음식을 무려 70분 동안 받지 못해 그냥 나온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녀는 다섯 차례나 햄버거가 언제 나오는지 물었다고 한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교묘히 진행되고 되레 심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은 물론 인권의 상징이었던 유럽에서조차 차별을 조장하는 극우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국가: 미국
감독: 스파이스 리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아담 드라이버
평점:
팁: 과거 대학가에는 학생으로 위장한 경찰들이 프락치로 들락거렸다. 지금은 어떤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을 알고 싶은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종차별은 한때 금기어였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조심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깨졌다.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영화가 되레 순진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론처럼 자기 일에 열성인 사람이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는 돌연 다큐멘터리로 변모한다. 지적 장애 흑인이 백인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했다며 이 흑인을 때려죽이는 장면 등이 교차 편집된다. 뒤집힌 성조기와 트럼프의 연설 모습도 나온다.
옳고 그름은 관객들이 판단할 일이다.
한편 스파이스 리 감독은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에 대해 공부하던 중 해당 교수가 흑인의 방화, 백인 사살 같은 거짓에 의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자 항의했다는 일화가 있다.
윌슨은 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