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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파이란(2001)-나의 친절한 강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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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파이란(2001)-나의 친절한 강재씨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6.02.0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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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조직을 이끄는 힘은 서열이다. 강재가 속한 깡패 조직의 일인자는 용식(손병호)이다. 두 번째는 당연히 강재(최민식)이어야 맞다. 강재와 친구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재는 까마득한 후배들한테도 까이는 존재다.

이인자의 역할은커녕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자기 꼴을 안다면 강재는 조직에서 빠져나와 다른 길을 가야 맞다. 하지만 강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오락실에서 삥을 뜯거나 자신을 키워 주다시피한 슈퍼의 늙은 주인을 협박하는 재미로 산다.

한마디로 강재의 인생은 삼류 양아치 인생이다. 그런 강재에게 파이란(장백지)이 다가온다. 중국 여자 파이란은 어머니가 죽자 유일한 혈육인 이모가 있는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이모는 오래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 경찰에 끌려가는 차량 뒷쪽으로 파이란의 모습이 보인다. 죽기전 파이란은 강재씨를 찾아 갔으나 이런 추한 강재씨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경찰에 끌려가는 차량 뒷쪽으로 파이란의 모습이 보인다. 죽기전 파이란은 강재씨를 찾아 갔으나 이런 추한 강재씨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한국에 남기로 한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을 벗어나기 어렵다. 강재는 그녀와 서류상 남편으로 등록한다. 강재는 푼돈을 벌고 파이란은 한국 체류에 들어간다.

이 무렵 용식의 조직은 위기에 빠진다. 경쟁자가 호시탐탐 자신의 영역을 노리고 급기야 관할구역을 침범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용식은 상대 조직의 보스를 죽인다. 범죄조직이라고 해도 살인은 보통일이 아니다.

위기에 빠진 용식은 강재에게 무릎을 꿇는다. 벌레 취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대신 감옥에 가달라고 사정한다. 그리고 강재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다. 배를 사주겠다. 형과 함께 고기잡이를 하는 고깃배, 그것도 최신식 6기통이 달린 배. 10년 감옥 살이와 바꿀만하다.

강재는 자신의 삶에 변화가 온 것을 안다. 제의를 받아 들인다. 그때 경찰이 들이닥친다. 살인과는 무관한 아내의 부고 소식을 전하러 온 것. 생전 본적도 살을 섞은 적도 없는 아내의 죽음이라니.

하지만 그는 파이란의 마지막 동행길을 위해 버스를 탄다. 거기서 강재는 정말로 삶의 의미, 자신에게 덮친 인생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파이란의 편지. 모든 사람이 친절하지만 강재씨가 가장 친절하다는 파이란의 구구절절한 사랑편지. 강재의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친다.

그는 결심한다. 새사람이 되자.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어졌다. 해변가 데드라포트에 앉아 강재는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하얀 유골함이 파란 하늘에 흔들린다.

다들 삼류 양아치라고 하는데 파이란만은 자신을 최고의 남자로 친다. 강재는 그답지 않게 흐느낀다. 그리고 일어선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강재의 변심을 눈치챈 용식은 그런 강재를 가차 없이 살해한다.

국가: 한국

감독: 송해성

출연: 최민식, 장백지, 손병호

평점:

팁: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무척 좋은 영화다. 잘 만들었다는 말이다. 짜임새가 있다. 건달 영화에 있어야 할 주먹과 파렴치함과 무자비함과 눈물 짜는 멜로 까지.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

개봉 시기가 겹친 건달 영화 ‘친구’에 묻힌 것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시간과 상관 없이 알아 보는 눈이 있기 마련이다. '친구'처럼 잘 만든 영화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파이란'의 원제목은 ‘친절한 강재씨’ 였다고 한다.( 뒤에 나온 ‘친절한 금자씨’는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설이 있다. ‘친절한 금자씨’의 원제목은 '마녀 이금자' 였다나.)

어쨌든 좋은 영화에는 좋은 배우들이 있다. 최민식이나 장백지는 물론 용식 역의 손병호나 강재의 후배로 나오는 경수 역의 공병호 등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세상은 삼류라고 손가락질 하나 이 여자는 사랑이라고 한다, 당신은 언제나 웃고 있다, 나와 결혼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은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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