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1992년 판결 이후 30여 년 만에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신업계가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1회용 멸균 침 사용과 시설 구획 등을 담은 문신 시술 표준 지침을 발표한 가운데, 제도화 과정을 이끌어 온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이 의료계와의 협력 구상을 밝혔다.
관세청 공무원 퇴직 후 문신사로 전향한 임 회장은 가족과 함께 문신업에 종사하며 겪은 범법자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1인 시위와 헌법소원, 대법원 판례 전환 운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전문적인 논의를 진행하고자 문신사로는 처음으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감염관리 체계 구축을 추진해 왔다.
임보란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법 제정 소회와 표준 지침에 대한 입장,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적 대화 위해 보건학 박사 취득”
문신사법 제정을 이끌어낸 소회에 대해 임 회장은 “가족 모두가 문신업에 종사하다 보니 범법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늘 따라다녔다”며 “과거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수사관들도 눈썹 문신을 하고 있었고, 주변 의사들도 합법적인 병원 대신 실력 있는 비의료인 문신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현실을 보며 제도화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나 법을 잘 몰라 국회 입법 청원부터 헌법소원, 1인 시위, 국민참여재판까지 시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며 “회원들의 모금과 기부를 바탕으로 대법원 판례를 바꾸기 위한 소송을 이어간 끝에 결실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배경에 대해 임 회장은 “문신 시술이 의료 영역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의료계와 한 테이블에 앉아 제도를 논의할 때 전문 지식이 없으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침습 행위에 필수적인 위생과 감염관리에 대해 의사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학업을 지속했다”고 전했다.
◆"국가시험, 기존 종사자 실기 면제 필요”
최근 복지부가 확정한 표준 지침과 관련해 임 회장은 “지침에서 요구하는 1회용 멸균 침과 멸균장갑 착용은 현장에서 이미 원칙으로 정착했다”며 “문신 잉크는 유색 액체여서 바늘이나 플라스틱 부품에 묻으면 바로 이염돼 고객이 재사용 여부를 즉시 알아채는 만큼, 오염된 제품을 다시 쓰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인이 침습 행위 시 멸균 제품을 쓰듯 문신 시술 역시 피부에 직접 닿는 바늘을 다루는 만큼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방대한 행정 지침을 일선 타투이스트들이 일일이 숙지하기 어려워 중앙회 차원에서 전국 17개 도시를 돌며 무료 해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027년 법 시행을 앞둔 면허 시험 및 자격 체계 논의 현황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월 1회꼴로 정례 회의를 진행하며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전국 수만 명의 종사자를 수용해 실기 시험을 치를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오랜 기간 현업에 종사해 온 기존 작업자들에게는 실기 면제 등 적절한 자격 인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합법적 마취제ㆍ원료 공급 기준 정비해야”
무자격 레이저 제거 시술이나 불법 국소마취제 유통과 관련해서는 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문신을 지우는 레이저 시술은 명백히 의사의 영역”이라며 “회원들에게 시술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훼손된 사례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보내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례로 “은평구의 경우, 인근 성형외과ㆍ피부과 병원 3~4곳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라며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흉터나 감염 의심 사례는 병원으로 보내고 병원에서는 눈썹 거상술 흉터 커버가 필요한 환자를 의뢰하는 상생 모델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취크림과 염료의 유통 기준에 대해서는 “그동안 문신 전용 일반의약품 마취크림이 없어 현장에서 남성용 사정지연제를 구매해 쓰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가 이어졌다”며 “문신사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정식 일반의약품을 고시하면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해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염료 허가 기준이 해외보다 엄격해 국내 제품의 발색력과 작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며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현장에서 다시 해외 직구 등 음성적 경로를 찾게 되므로 우수한 국내 원료가 합법적으로 공급되도록 현실적인 규격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 위생교육 협력, 공중보건 파트너로 나아갈 것”
한편, 임 회장은 법 시행 전까지 남은 유예기간 동안 의료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문신사들이 제도권 소상공인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고 단 한 건의 감염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위생과 감염관리 교육은 의료 전문가인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할 때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의료계가 주도하는 교육에 적극 참여해 협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