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약사사회가 비대면진료 약배송 확대에 반대하며 정부에 법 시행 이후 실태를 먼저 검증하고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과 공공 비대면진료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원자료 공개와 취약계층의 약 접근성 개선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며, 시도지부별 결의대회와 1인 시위 등 후속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천명, 귀추가 주목된다.
약사사회는 20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건강ㆍ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약배송 확대 논의 중단과 의약품 안전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와 한국병원약사회, 한국산업약사회,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참석 인원은 약사회원 7000여 명, 약대생 3000여 명 등 총 1만여 명이다.
행사에서는 대한약사회장의 대회사와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의 경과보고 및 투쟁 방향 발표, 현장 약사ㆍ약대생 연대발언, 대통령과 국민에게 드리는 글 낭독, 결의문 채택 등이 이어졌다.
◇사설 플랫폼 중심 비대면진료 비판, 공적 지원체계 구축 촉구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제대로 된 통계도, 평가도, 안전장치와 공적 시스템도 없이 특정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을 연명시키기 위해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바꾸겠다고 정부가 나서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정책에 왜 산업 논리를 앞세운 중소벤처기업부와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합작해 제도를 좌지우지한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의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편의성이나 기업 수익보다 안전성 검증과 객관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회장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ㆍ남용을 유발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설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진료 체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정부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사설 플랫폼에 기댈 것이 아니라, 공적 비대면 진료 지원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여 안전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공공 중심 체계를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4대 대응 방향 천명, 시범사업 검증 요구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연제덕 공동비대위원장(경기도약사회장)은 후속 대응 방향을 천명했다. 하위법령 대응, 입법투쟁, 현장투쟁, 대국민 여론전 등 네 갈래로 대응하겠다는 것.
하위법령과 관련해서는 시행령ㆍ시행규칙 내용을 검토해 환자 안전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는 조항에 회원들의 반대 의견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는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의무 사용과 전담약국 금지, 통합돌봄 연계 방문약료 등을 제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대응도 이어간다. 이날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시도지부별 결의대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건강보험 재정과 비대면진료 본인확인, 개인정보 집적 문제 등에 대한 대국민 여론전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정부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검증을 비롯, 안전관리 기반 구축과 방문약료 연계, 하위법령 제정 과정의 전문가 의견 반영을 촉구했다.
연 위원장은 “비급여와 약배송까지 포함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데이터를 원자료 그대로 공개하고, 취약계층의 약 접근성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라”며 “검증이 확대에 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위ㆍ변조에 무방비한 이미지와 PDF 처방전 전송을 중단하고, 비대면진료 시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라”며 “조속히 공공플랫폼을 구축하고 공공플랫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제도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택배가 아니라 약사의 방문과 관리”라며 “통합돌봄 체계와 연계한 방문 약료로 전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약사 등 보건의료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라”며 “밀실에서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만들어진 시행규칙을 국민도, 보건의료인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 약사, 약물관리 공백ㆍ플랫폼 유인구조 문제 제기
현장 약사들은 약배송 대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돌봄서비스만으로 고령층의 실제 복용약을 확인ㆍ관리하는 데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환자가 원하는 처방과 조제를 많이 제공할수록 유리해질 수 있는 플랫폼의 ‘유인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의료 접근 장벽을 줄이는 한편, 원칙을 지키는 보건의료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적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약학대학생들도 집회에 참여해 약배송 확대에 반대한다며, 미래 약사의 전문성을 보건의료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 김백건 회장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헌신할 준비가 된 예비 보건의료인들이, 환자 곁에서 그 지식을 남김없이 쏟아부을 수 있도록 기회와 역할을 달라”라며 “전문성이 존중받고 정당한 땀방울이 국민의 건강으로 피어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믿는 진정한 공정이며 국민을 위한 올바른 보건의료 생태계”라고 밝혔다.
동시에 약사사회 내부의 자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헌신하는 약사는 합당한 존경을 받고, 의무를 저버린 자는 엄벌하는 뼈를 깎는 자정 작용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사회적 논의ㆍ공공보건의료 강화 촉구
약사사회는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약배송 확대 논의를 중단하고 결론을 전제로 한 협의체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원이 불필요한 의료쇼핑이나 민간 플랫폼의 수익이 아닌 의료취약계층과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보건의료정책을 충분한 검증도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안전보다 플랫폼 산업의 편익을 우선하는 무분별한 약배송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아가 “정부는 산업의 성장보다 국민건강을 우선하고, 지역의 의료기관과 약국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를 더욱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