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이 도입 취지와 달리 의료비 과잉지출이라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공ㆍ사의료보험의 경제학적 분석 연구’를 의뢰해 진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 17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공적의료보험(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실손의료보험) 사이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민영의료보험으로 인한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연구하는 다수의 실증연구논문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적의료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이 공존하는 경우의 최적보장에 관한 엄밀한 이론적 연구모형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며 “본 연구는 경제학적 이론 모형을 통해 공, 사 건강보험의 분업이 가능하나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실손보험이라는 2차 시장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살펴보고 이들로 인한 비효율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영의료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의 보장범위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본 모형으로 공적의료보험만 존재하는 경우를 가정하고, 공적의료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이 공존하는 경우, 공적의료보험 가입자가 모두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하는 경우, 공적의료보험 가입자 중 일부만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하는 경우 등 4가지 모형을 가정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건강보험만이 존재하는 경우 도덕적 해이로 인해 최적의료보험보장률은 1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 보장할 경우 의료비 과잉 지출로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공적의료보험보장률이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민영의료보험을 도입하면 민영의료보험은 전부보험을 제공하게 돼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공적의료보험자, 즉 건강보험재정에 전가하게 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공적의료보험 및 민영의료보험이 공존하는 경우는 모든 개인이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한다면 개인이 최종적으로 받게 되는 보장률의 경우 공적의료보험만이 존재하는 경우와 달라지지 않아 무의미 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장 문제인 경우는 개인의 일부만이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한다고 가정하는 경우로 나타났다. 공적의료보험만 존재하는 경우 보다 후생이 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하지 않는 개인들에게 민영의료보험을 구입한 개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가되어 보험료가 가중되고 공적보장률이 감소하게 되는 형평성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과 가장 유사한 모형이다. 우리나라의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3800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실제로 도덕적 해이가 건강보험만을 가입한 가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으리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일정한 가정 하에서 민영의료보험의 추가가 사회적 효용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함을 보이고 있다”며 “그 이유는 민영의료보험의 존재로 인해 도덕적 해이의 비용이 공적의료보험으로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덕적 해이 비용의 전가에 따른 불공평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영의료보험 구매자에게 도덕적 해이 비용을 부과하는 방법, 중요하거나 필수적인 질병 치료 등에 민영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