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장질환은 활동기와 관해기를 되풀이해서 겪는다.
궤양성대장염도 마찬가지다. 염증이 극성을 부리는 시기를 활동기라고 한다면 관해기는 잠시 멈춘 상태다. 증상이 나빠지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한정회(52.여)씨는 지금 관해기인 상태다.
한식당 운영 누적 스트레스가 원인
아프지 않고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한다.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이 한씨에게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언제 다시 염증이 활동을 시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관해기 동안에 스트레스를 피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활동기가 찾아 오지 않거나 늦게 오기 때문이다. 한씨가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남편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조그만 한식당을 운영하던 때였다.
남편은 페인트 도장공 기술이 있어 직접 가게를 운영했다. 하지만 당시 경기침체로 사업을 접었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한씨의 건강도 좋지 않아 근처 안동성서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시 한씨는 심한 설사를 했다.
말로 표현하면 좍좍 쏟아 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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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루 장치를 배에 부착한 모습. | ||
처음에는 이질에 걸린 환자 처럼 누런 코같은 설사를 했으나 증상이 심해지면서 피를 동반한 설사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병원에서는 바로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1년 정도 약을 먹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누런 콧물같은 설사 이질을 의심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완치되지는 않았다. 조금 과한 식사를 하는 날이면 바로 설사가 나와 제대로 외출조차 하기 꺼려졌다. 한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수술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 후 조금 차도가 있어 대전으로 이사왔다.
이사를 온 이후 한씨는 동생이 하는 공장에서 접이식 의자를 만드는 일을 했다. 대학교 등에 수강용 의자를 납품하는 공장에서 5년 정도 생활했다. 2004년이 되자 한씨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한씨는 "재발이다"라고 표현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다. 망설였지만 한씨는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산 백병원 일반외과 장석효 교수가 집도했다. 수술 후 한씨의 항문은 봉쇄됐다.
항문을 꿰맨 것이다.
항문봉쇄 ... 장루를 달고
대변은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받아내야 했다. 이런 사실을 한씨는 인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 달 입원에 한 달 퇴원 다시 두 달 입원 등의 생활을 1년 정도 하면서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 병원에 입원할 때는 아무런 정신이 없어요. 피설사를 해대니 거의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지요. 입원하면 병원에서는 금식을 시키고 수혈을 하고 다른 치료를 합니다."
한씨는 지금 장루를 달고 있다. 대장의 전부를 잘라낸 것은 아니고 일부를 살려 장루에 연결한 것이다. 변이 나오면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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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착판. 개당 8,000원 하는데 일주일에 두개가 필요하다. 20%의 보험혜택을 받는다. 1만 5,000원 하는 소독약은 2달 정도 사용하고 주변 살이 진무르면 바르는 수입품 듀오덤은 8,000원 한다. | ||
" 불편합니다. 하지만 참고 삽니다. 외부인들이 보면 장루환자인지 잘 구분을 못해요. 여름철에도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장치들이 몸에 달라 붙어 있어요. 거들도 입을 수 있고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그 자신이 스트레스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믿고 있으면서도 병과 그 병으로 인한 뒷처리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힘들다.
어떤 때는 자는 중에 장루가 터지는 경우도 있다. 주머니와 판이 분리된 것이다.
옷은 물론 이불까지 버리니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다. 남편은 말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인상을 찌푸리면서 방을 나선다.
자다가 터져 옷과 이불이 적시고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다.
정신적 고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절까지 말을 듣지 않아 파스를 늘상 붙이고 있어야 한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서 있기 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관절만이 아니다.
감기도 달고 산다. 환자들의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어떤 환자들은 갓난아기 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독감예방 주사도 맞아야 한다. 하지만 파스나 감기약 등은 보험혜택을 별로 받지 못한다.
한씨는 " 자신들은 일반환자와 다르므로 보험급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달 들어가는 치료비만도 벅찬데 부수적으로 관절약과 감기약 까지 비급여로 먹는 것은 가게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또 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레미케이트라는 주사약을 맞고 싶어 하는데 보험적용이 안돼 애를 태운다. 6번 정도 맞아야 하는데 비용이 10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한씨는 현재 UC사랑회 단체장을 맡고 있다. 한씨에 따르면 현재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우는 대략 1,500명 정도에 이른다. 전국의 환자는 2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남편과 자식사랑 음악으로 스트레스 날려
회의 운영은 회비로 이뤄지는데 월 회비를 고정적으로 내는 경우는 20명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한씨는 " 연합회 중에서 가장 가난한 단체가 UC사랑회"라고 힘없이 웃었다.
한씨는 힘이 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같이 따라 부른다.
트롯트는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이미자 노래를 특히 즐겨 듣는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자의 일생은 한씨의 애창곡이다.
오늘도 한씨는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한씨는 "29, 27살의 장성한 두 아들이 엄마를 이해하고 남편도 집에 일찍 들어와 가사일을 돕고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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