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허가를 받을 때 의약품 부작용 등 안전성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국내환자에게 과다하게 약값을 전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지난 19일 “일부 다국적사가 동일한 약을 판매하면서도 각 나라마다 동일한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국내 허가를 받을 때 부작용을 줄이거나 효능ㆍ효과를 과대포장하는 사례가 많다”며 국가차원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식약청…5개 제품 조사 돌입
건약에 따르면 진통제인 한국얀센의 ‘울트라셋정(성분명 트라마돌ㆍ아세트아미노펜)’은 복합제의약품으로, 미국에서 시판 1년 만에 115건 약물 남용과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에 보고된 금단증상과 관련된 약물 중 3번째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에서도 4년 동안 구역질과 구토 등 145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돼 복합제 가운데 가장 많다.
이에 대해 “부작용 사례가 많은 것은 그만큼 성실하게 부작용 신고 의무를 준수했다는 반증”이라는 게 회사 측의 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20일 전화통화에서 “울트라셋은 현재 재심사 품목으로 부작용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며 “건약이 제기함에 따라, 재심사와 관계없이 울트라셋에 대한 국내와 외국의 부작용 사례를 취합하여, 부작용이 약의 유용성을 상회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트라셋 뿐 아니라 나머지 4개 제품에 대한 국내ㆍ해외 안전성 정보 등도 수집하여, 보수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했다.
즉 한국 식약청은 한 의약품에 있어 부작용이 더 많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 이 부분에 맞춰 조치를 내린다는 것.
울트라셋 뿐 아니라 앞서 건약은 19일 이 회사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콘서타(성분명 메칠페니데이트)’도 미국에서는 약물 남용 우려가 있으므로 7주 이상 사용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으나 한국은 장기복용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약은 일부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것.
화이자제약의 진정수면제 ‘할시온(성분명 트리아졸람)’은 7~10일 이내 불면증 단기 치료제로 미국에서 허가받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이 회사 의약품인 신경병성 통증에 처방되는 ‘뉴론틴(성분명 가바펜틴)’은 말초신경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간질단독 요법 등 ‘허가사항 이외 판촉행위’로 미국에서 처벌을 받았지만, 이런 사항들이 한국에서는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글리벡(성분명 이매타닙)’의 경우 미국 허가사항에서 ‘글리벡의 코팅에는 철분이 들어있어서 철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100mg 8알이 아닌 400mg 2알을 복용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00mg만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1200mg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도 100mg 12알을 먹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100mg 가격은 2만 3,045원인데 함량비교가에 따라 400mg 가격이 5만 7,612원밖에 되지 않아 100mg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 즉 100mg 12알은 27만 6,540원이지만 400mg 3알은 17만 2.836원인 것이다.
◇선진국마다 부작용 보고 방식 달라…울트라셋, 미국 아닌 영국서 들여와
건약에 따르면 진통제인 한국얀센의 ‘울트라셋정’은 미국에서 허가받을 때 16세 미만의 소아에 대해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2세 미만으로 낮추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12~16세 사이의 소아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시험을 다시 했는지 의문이라는 것.
부작용을 보면 건약은 트리마돌이 마약성 약물과 화학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비슷해 미국에서는 ‘몰핀 유형의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의존성 발현이 낮은 약물’이라는 상반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의약품을 (수입) 허가할 때 외국(울트라셋은 영국서 들여와) 허가자료를 갖고 와, 허가를 내주게 된다. 즉 국내 허가사항 취득은 모두 외국의 허가사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상반된 국내 주의사항과 관련, “울트라셋 경고항 7번에 ‘몰핀 유형의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기재했다. 또 일반적 주의사항 2번에는 ‘트라마돌은 의존성 발현이 낮은 약물이나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처럼 동일한 약물이 미국 유럽 등 각 나라마다 허가사항이나 주의사항이 다른 것은 개별 나라의 보건의료 관행과 사용상 주의사항 철학이 다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외국 선진국 한 나라는 A라는 약물 복용으로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임상검사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기술한다. 또 다른 나라는 A약물로 간 수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 숫자를 강조하여 부작용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