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밤구름 속을 뚫고 밝은 달빛이 불청객의 신분을 밝히려는 듯이 밤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나지막한 동산 안자락의 아늑한 남향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방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주택 형태를 그대로 닮은 비교적 넓은 앞마당에는 상하용수 및 빨래를 할 수 있는 작은 시멘트 구조물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식수 펌프가 을시년스럽게 버티고 서 있었다.
집 뒷마당은 꾀나 넓어 보였는데 농사철에는 밭을 이뤘었는지 세 개의 밭고랑을 이뤄 무, 배추나 고추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보였으며, 어렴풋이 영역표시인듯 싸리 울타리와 함께 개나리 집단이 집 주위를 온화하게 감싸고 있었다.
열려 있는 울타리와 울타리 사이가 출입구였으며 그곳이 현관문을 대신하는듯 넉넉히 열려 나를 반기는 것이었다.
집에 들어가자 그가 불렀는지 어느새 순이씨가 불쑥 나타났는데 매우 놀랐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찌할바를 모르고 덜덜 떨고 있었다.
나도 역시 뭐라 말 할 수 없었고, 어줍잖게 그녀 오빠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집 건너방으로 들어갔다.
12월 중순의 매서운 겨울바람 추위에 그날 오후 내내 얼어붙었던 나의 몸과 얼굴, 손, 발은 시골집 뜨끈한 온돌방의 열기에 눈 녹듯이 녹아 말초 신경까지 화끈화끈 달아 오르는것 같았다.
방까지 뒤따라온 그녀는 잽싸게 나와 그녀의 오빠를 위한 잠자리 이불 두 개를 깔아 주고는 무슨 죄나 진 사람처럼 얼른 안방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 두 남자는 각자 이부자리를 깔고 앉아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의 첫마디는 “자네 우리 순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였다.
“네 저는 순이씨를 친구로 생각합니다.”
순수한 우정을 유지하다가 순이씨가 원하면 더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그의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나의 즉흥즉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