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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보험 연계법’ 놓고 醫-産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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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보험 연계법’ 놓고 醫-産 폭탄 돌리기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8.12.0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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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상품설계가 문제”...보험업계 “원흉은 비급여”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대세(大勢)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인데 세부안을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특히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법 제정에 따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봐 관심을 서로에게 넘기려는 모양새다.

 

◇실손보험으로 의료이용량 증가…“법 제정 필요”
2018년 6월 기준으로 민간의료보험 가입건수가 3396만건에 달했다. 전체 국민의 65%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이는 2017년 건강보험 실가입자수 3087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이기도 하다. 

문제는 민간의료보험이 낳는 폐해다. 민간의료보험은 의료 이용을 늘려도 비용을 보장하기 때문에 ‘의료쇼핑’, ‘과잉진료’ 가능성을 함께 증가시킨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보다 약 2배 이상 비급여 의료를 많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외래일수는 미가입자보다 평균 0.8일 길었다.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정책을 연계한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에서도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 제정에 나섰다. 

현재 국회에는 김상희 의원(2017년 12월), 윤소하 의원(2018년 1월), 김종석 의원(2018년 2월), 성일종 의원(2018년 8월)이 각각 대표발의 한 ‘공·사보험 연계법’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공사보험연계심의(관리)위원회 설치·운영 ▲건강보험 확대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 비급여 현황 등에 관한 정기적 실태조사 ▲민간보험 보장범위 권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연계법’ 제정을 놓고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연구관은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가는 소비자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도 위협한다”고 말했다. 또한 “건보 보장성 강화로 민간보험사 반사이익이 발생하지만 실손보험료는 계속 인상되고 있다”며 연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실손보험사의 지급금을 13.1~25.1%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 역시 “지금은 비급여 자료 부재로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통해 공사보험 상호작용에 대한 개연성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민간보험 자료와 연계하면 상호작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원죄는 보험사에”…법안 초점 ‘반사이익 줄이기’에 맞춰야
의료계를 대표해 공청회에 참석한 인사들 역시 연계법 제정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진 않았다. 다만, 법률은 ‘보험회사’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은 “공사보험 연계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 따른 민영보험의 반사이익을 제한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때문에 법률도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반사이익을 줄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계법안이 국민의 의료이용, 의료인의 치료과정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에서 발생되는 비급여 진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병협 서진수 보험위원장(왼쪽)과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

이밖에도 서 보험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에 진료비 영수증 등과 같은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입자와 보험사 간 사적계약에 관한 사항을 ‘보험금 지급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의료기관에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유발된다고 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보험 상품 설계상의 문제”라며 “원죄는 보험사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보험 상품을 선택하도록, 보험회사들이 더 많은 의료이용이 가능한 상품을 설계해 판매하기 때문에 의료이용 증가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김 보험이사는 “실태조사 항목 및 자료 활용 범위는 실손의료보험과 관련된 사항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법안에서 설치·운영을 규정한 공사보험연계심의(관리)위원회의 ‘정기적 실태조사’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관리하는 수단이 될까봐 경계하는 목소리다.

◇보험업계 “‘비급여’ 문제 해결이 먼저”
하지만 민간보험사는 국민의료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비급여 확산에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실손보험에 대한 감독만 강화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상무는 “공사보험 연계법안 내용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규율에 편중돼 있고, 건강보험제도와 비급여 의료 등에 대한 규율 사항은 반영되지 않아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평가절하 했다.

▲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상무.

특히 이 상무는 “국민의료비 증가(의료이용량 증가) 문제는 비단 실손보험 때문이 아니라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의료 과잉진료 등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면 ‘국민의료비 적정화’라는 입법 목적에 맞게 공·사보험 모두에 문제를 야기하는 ‘비급여’를 규율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사보험 연계법이 아닌 비급여 관리 법률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 관리 법률’에는 공·사보험의 종합적인 실태파악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전체 요양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제출받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급여 진료 명칭, 코드, 정의’ 등을 표준화하는 법적 근거와 함께, 환자가 요청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급여 진료비용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급여 진료비용 상한액을 설정·고시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이외에도 이재구 상무는 “국민 편익을 위해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간편·간소화 하는 혁신적인 프로세스(전자적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와 상반되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편,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하주식 보험과장은 “(의료계에서는) 민간보험 문제에 왜 우리를 끌어들이느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병원을 가보면 실손의료보험이 있는 지를 먼저 물어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는지를 물어본 후 가입돼 있다면 의료서비스를 더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을 논의할 때 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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