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배우를 보고 영화를 고르는 수가 있다. '이런 영화라면 믿고 볼 수 있다' 라고 일단 판단한다.
당대 최고의 배우인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동시에 출연했다. 구미가 아니 당길 수 없다.
마이클 만 감독은 두 연기자를 주연으로 출연시킨 <히트>를 만들어 그야말로 히트를 쳤다.
엘에이 경찰국 강력반 반장 빈센트( 알파치노)와 갱 두목 닐( 로버트 드니로)이 펼쳐는 연기 대결이 가관이다. 갱 영화이니 쫓고 쫓기는 것이 기본이다.
빈센트는 대개의 범죄 영화에 출연하는 형사들이 그렇듯이 가정이 순탄하지 않다. 몇 번의 이혼 경력이 있고 새로 사는 여자와도 관계도 그저 그렇다. 거기다 의붓딸도 있다.
화끈하게 사랑을 나누다가도 미친 듯이 그것을 팽개치고 일에 몰두한다. 누군가를 쫓는 일이 사랑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온전할 리 없다.
쫓는 자가 있으면 도망치는 자가 있다. 닐이 그렇다. 우편 수송 차량을 털고 호송 요원 죽이는 날강도 닐은 도망치면서도 다음 강도질을 생각할 만큼 악질이다.
악역을 하는 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닐도 악질을 할 때는 천하 제일 냉혈한이다. 하지만 또 사랑을 할 때는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이런 극단적인 인물은 피해야 한다. 극우와 극좌와 마찬가지로.
닐의 존재를 눈치챈 빈센트의 추격이 본격화 된다. 하지만 빈센트는 닐을 체포할 기회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 시시한 경범죄로 잡아봐야 육개월 후면 풀려난다.
제대로 잡아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고 싶다. 따라서 둘이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할 때도 빈센트는 그가 유유히 가도록 놔둔다. 범죄자로 몰아 붙이면서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기도 하지만 닐이 따를 인간이 아니다.
다시 만날 때는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 드디어 닐은 거대한 은행털이를 모의 한다. 언제나 닐의 명령을 따르던 부하는 이번에도 닐이 그러자고 말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닐은 이번 만큼은 네가 결정하라고 결정을 부하에게 미룬다. 결론은 한다, 이다. 이렇게 시작된 은행강도 사건.
커다란 검은 가방에 악당들은 한가득 현금을 담아 어깨에 메고 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빈센트가 이들을 막아선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진다.
이 시가전 장면은 전쟁 영화만큼이나 인상 깊다. 아니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박진감이 넘쳐 흐른다. 지금봐도 살 떨리는데 20년 전 개봉 당시는 어땠을까.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이 장면은 그야말로 두어 번 더 봐도 질리지 않는다. 권총, 장총, 엠 16 등 각종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반동과 총알의 관통력이 제대로 실감난다.
자, 시작 했으니 끝이 있어야 한다. 범인들도 죽고 경찰도 죽고 피투성이 와중에 닐은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아직 죽을 때가 안 됐다.
그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책을 읽는 여자와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이다. 그녀는 철강업자가 아닌 갱단의 두목이라는 닐의 실체를 알았음에도 떠나지 않고 닐의 품에 안긴다.
여자도 있고 돈도 있고 비행기표도 손에 있다. 닐의 행복은 보장됐다.
하지만 빈센트는. 닐도 놓치고 의붓딸은 자살 시도를 했다. 욕실안에서 발견된 딸은 다행히 죽지 않았다. 부인은 빈센트의 헌신에 그에 대한 사랑이 다시 일어난다.
그와 새롭게 해보고 싶다. 딸도 빈센트을 친아빠 보다 좋아한다. 닐을 놓쳤지만 가정은 지킬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닐은 뉴질랜드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빈센트는 경찰 대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던져 놓는 것은 결과를 아는 관객들이라도 한 번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져보라는 의미다.
국가: 미국
감독: 마이클 만
출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평점:

팁: 아쉬운 마음이 가셨다면 마무리로 가보자. 친절한 영화평이니 물음표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이건 거의 강박적이다. 스포일러 운운하며 어물쩍 넘거갈 생각이 전혀 없다.
닐은 운전대를 돌린다. (그러지 말고 가던 길 계속 가기를 바라는 마음약한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버리고 30초 안에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조수석에는 뉴질랜드의 꿈에 부푼 그녀가 앉아 있다. 그는 그녀를 버리고 호텔로 들어간다. 직원으로 변신한 그는 죽일 만큼 원한이 깊은 자를 죽인다. 그리고 유유히 현장을 벗어나는데.
그러기 전 닐은 화재 경보기를 울려 투숙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인파가 몰려 대혼란이 벌어지는데 빈센트가 손에 권총을 들고 자신을 쫓아 오는 모습을 닐은 본다.
닐은 도망친다. 그리고 쫓고 쫓기는 최후의 일전이 벌어진다. 누군가를 쫓는 일밖에 모르는 형사와 도망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갱과의 최후가 비행장 공터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다.
예고한 대로 둘 중의 하나가 죽은 다음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서두에 감독을 선택할 수 있는 두 배우 이야기를 했다. 이 둘은 이후에도 간혹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
<대부2> 에서도 나오고 <아이리시맨>에서도 둘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