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자동차보험법 개정안을 두고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에 포함된 경증 환자 치료기간 제한은 환자의 건강권을 짓밟고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개정안이 환자의 치료를 제한하거 진료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종군ㆍ전용기ㆍ염태영ㆍ정준호 국회의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과 함께 ‘자동차보험 제도개편,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를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026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안은 경상환자의 치료를 8주로 우선 제한하고, 치료 연장을 원할 경우 보험사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발제를 맡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신현희 정책실장은 개정안이 철저히 환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신 실장은 “8주 초과 치료의 필요성을 보험사가 1차로 심사하는 것은 지급 주체에게 심판관 역할을 맡기는 ‘셀프 심사’”라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으로, 심사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에는 보험사가 치료 불필요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이제는 환자가 직접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며“이는 교통사고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진한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는 개정안이 가진 위헌성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의 건강권을 제한하는 핵심 내용을 법률도 아닌 시행령ㆍ규칙으로 정하는 것은 상위법의 근거 없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명백한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이해당사자인 보험사가 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한 ‘적법절차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은 환자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까지 어기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피해자 보호라는 자보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보험사의 이익만을 우선시했으므로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패널토의에 나선 대한한의사협회 송인선 보험이사는 의학적 관점에서 8주 제한의 비과학성을 지적했다.
송 이사는 “교통사고로 인한 편타성 손상은 단순 근육통이 아니라 신경 손상, 중추신경계 과민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만성 통증으로 쉽게 이어진다”면서 “초기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신경병증성 통증이나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마다 다른 통증의 양상과 심리적 요인을 무시한 채 8주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떤 의학적 근거도 없는 위험한 발상으로, 초기에 충분한 치료를 보장하지 않으면 더 큰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결국 더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충분한 치료 기간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백선영 팀장은 개정안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8주는 합리적인 치료 기간으로, 추가 치료 필요성을 입증하면 충분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범률 자문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

백 팀장은 먼저 정부가 급작스럽게 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번 제도 개선은 작년 4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금융위, 금감원과 합동으로 추진해 올해 2월 26일 공식 발표한 사안”이라며 “당시 내년 1월 1일 시행을 국민께 약속드렸고, 오히려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갖기 위해 통상보다 이른 6월에 입법예고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입법예고는 의견을 듣겠다는 절차"라며 "7월 말까지 예고 기간이 끝나도 연말까지 5개월의 시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간에 공청회와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충분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 "기습적으로 처리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가장 큰 쟁점인 ‘8주 이상 치료제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소명하면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백 팀장은 “자동차보험팀장으로서 제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자동차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환자는 자동차보험으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치료를 제한하거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리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개정안을 정확히 보면,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희망할 경우 기존 진단서 외에 치료 경과를 볼 수 있는 자료, 예를 들어 치료 경과 기록지나 블랙박스 영상 등을 제출해 치료 필요성이 입증되면 지금처럼 충분히 치료를 보장받는다”고 역설했다.
경증 환자 치료 기간을 8주로 설정한 배경에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했다.
백 팀장은 “현재도 경상환자의 90% 이상이 8주 이내에 치료를 종결하고, 4주 이내 종결 비율은 80%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8주 이상 치료를 받는 분들의 평균 치료 기간은 21주로 격차가 크다"면서 "8주라는 기준은 산재보험(6주), 의사협회 지침(4주) 등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법률 자문을 거쳤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자보법 제1조는 ‘피해자 보호’와 함께 ‘사회적 손실 방지’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치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보험금 지급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므로, 법률 자문 결과 과잉금지원칙, 법률유보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보험사가 심사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분쟁 조정 심사는 국토교통부가 직접 운영하며, 의료영역에 대한 판단은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으로 구성한 전문팀이 맡을 것”이라면서 “심의 신청 등 모든 행정 업무는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 제기보다 해결안을 내는 것이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8주가 문제라면 어떻게 바꿔야 할지, 보험사 검토 방식이 문제라면 어떤 대안이 있을지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해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