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료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입법목적은 정당하지만, 응급구조사 포함 여부, 필수의료의 모호한 구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료법학회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에서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책임에 대한 재구성’이란 주제로 2024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단국대 법과대학 이석배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문제점’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형서처벌 등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올해 2월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이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이 제시, 공청회 개최 등 검토 중에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고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 대해 ▲처벌특례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 ▲특례적용사고 결과 관련 문제(중상해와 사망 제외) ▲처벌특례 적용 의료행위(필수의료와 일반의료) ▲처벌특례 적용배제 사유 등으로 나눠 살펴봤다.
이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의료인에게만 혜택이 주는 불공정법이고,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지 않은 직업인에게도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데 의료인에 대해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을 반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형사범죄에 대해 특정 직업에 예외를 두면, 국가 공권력을 무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국가는 전문직의 자질과 윤리성을 보증하고 관리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국가의 전문직에 대한 관리 의무는 면허(자격 등)의 관리로 이행하는 것이고, 그것만으로 형사처벌의 정당성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의료사고특례법은 특정 직업군에게 특례를 주는 것이 아닌,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의료행위 독점권을 인정한 의료인에게만 적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역시 특례가 의료인 이외에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에게 적용되지 않는 점에 있다고 봐야한다”며 “응급구조사의 경우, 응급의료법에 의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사람이기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뻡에 규정된 필수의료행위에 대해 ‘일반의료와 필수의료가 명확히 구별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규정된 ‘필수의료행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등과 중증질환ㆍ분만 등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는 “통상 위험성이 높은 의료행위의 경우 위험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기에 과실판단에서 고려해야한다”며 “각 의료행위마다 의료영역의 표준이 있고, 과실판단의 기준이 돼야하는데,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라도 어이없는 과실로 인해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통상 의료행위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형사소송은 모든 입증부담을 검사가 지기에 의료영역의 표준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고,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돼야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일반의료와 필수의료를 구별하고 획일적으로 응급의료에 가까운 필수의료에만 특례의 적용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의료와 필수의료를 구별하는 입장에서 미용성형이 일반의료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가 필요하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들어가 있고, 정부는 해당 법안이 필수의료 인력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목적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 대한 신속ㆍ충분한 보상 및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며 “의료인에 대해 특정 신분에 의한 특혜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로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에게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줄이고 범죄자 양산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법안제시 자체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법안이 규정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 이외 의료기사나 응급구조사가 포함되지 않거나 일반의료와 필수의료를 구별하고 다르게 취급하지만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중상해와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처벌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이 어려워보인다”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헌법과 법률해석을 존중한다면 해결이 어려운 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의료인에 대한 큰 유인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처벌특례배제사유도 구체적인 사유나 규정방식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