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건 회장의 사퇴의사 표명으로 촉발된 대한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핵심 안건들을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은 대의원들로부터 사퇴를 권고 받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한숨을 돌렸다.
25일 대한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임시대의원총회에는 개회 당시 249명의 대의원 중 170명 이상(위임 13명 포함)이 참석하며 성원을 이뤘다.
이후에도 점심식사를 위한 정회 전에 의안상정을 마무리하며 순조롭게 줄발하는 듯 했으나, 핵심 안건인 예결위 보고의 건과 감사보고 관련 안건에만 4시간 가량이 소요되자 일부 원거리에서 상경한 대의원들이 이탈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임시총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상대가치점수 2차 조정의 책임자 징계와 김필건 회장의 자진사퇴 의사 표명 후속조치 등의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상정되지 못하고 총회가 마무리됐다.
앞서 김필건 회장은 지난 상대가치 점수 2차 조정으로 투자침과 전침의 수가가 인하되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회계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되며 임시총회 개최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이날 김필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협회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의구심을 가지실 수 있는 행위를 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사퇴 의사 표명이 본의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회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이 이처럼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의중을 내비친 이상 이번 임시총회를 통해 그의 퇴진을 요구하려던 측에서는 ‘사퇴 권고’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의협의 정관상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대의원회 의결로는 불가능하며 전 회원의 뜻을 물어야만 가능하기 때문.
이에 상대가치점수 2차 조정의 최종 책임자인 김필건 회장에게 사퇴를 권고하자는 동의가 나왔고, 이를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묻는 표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정족수 미달로 안건 상정이 불발되면서 김 회장의 퇴진을 이끌어내려던 측은 동력을 상실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김 회장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비록 ‘사퇴 권고’에 대한 표결이 아니라 ‘사퇴 권고 안건 상정’을 위한 표결이었다고는 하나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터라 김 회장은 정족수 미달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개운하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
반대로 이번 기회에 김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려던 측은 동력을 상실했지만, 명분만큼은 확실하게 얻어갔다.
2년 가까이 남은 김 회장의 임기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협회장의 사퇴 논란과 회계 부정 의혹 등 그 어느 때 보다 회의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안건들로 임시총회가 소집됐지만 정작 대부분의 안건들이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비공개로 진행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임시총회는 일반 회원들도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었지만, 주요 사항들은 역시 ‘대외비’라는 이유로 중계되지 않았다.
중계가 멈춰진 사이 총회 회의실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성들이 오갔고, 협회의 운영을 위해 적지 않은 회비를 지불하는 회원들의 ‘알 권리’는 철저하게 무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