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인해 치매가 악화됐다는 환자 측 주장에 대해 법원이 수술과 치매 악화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가족들이 B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07년 12월경 결핵성 척추염 진단을 받아 항결핵제를 복용하고 B대병원에서 외과적 치료로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좌측 중대뇌동맥 경색 진단도 함께 받아 이에 대해 뇌경색 이차예방약물을 복용했고 이외에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혈증에 대해서도 약물치료를 받았다.
2009년 3월경, A씨는 치매소견이 있어 B대병원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기능검사를 실시했는데 그결과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검사)는 15점,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치매척도검사)는 1.0이었다.
A씨는 B대병원 신경과 진료 중 슬관절부 통증을 호소했고, 이에 협진의뢰를 통해 정형외과에 내원, C씨의 진료를 받았다. 진찰 결과, B대병원 의료진은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수술 대기기간동안 통증완화를 위해 소염진통제를 처방했다.
A씨는 B대병원에서 우측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에 대한 슬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A씨의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A씨는 매점에 가야한다는 등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고 이에 의료진은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A씨가 치매에 병발된 섬망 증상임을 확인하고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리스페리돈과 로라제팜을 처방했다.
무릎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A씨는 B대학병원에 통원하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매상태가 악화됐고 앞으로 평생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B대병원 의료진은 전공의 2년차에게 이 사건 수술 마취를 담당하게 하고 양해나 통보 없이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시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 중 급격한 혈압상승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A씨에게 수술 후 섬망증상이 나타나고 치매증상이 악화됐다”며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치매가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의 마취기록지에 정형외과 집도의인 C씨가 마취의로 기재돼 있는 것은 단순한 오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술 과정에서 전공의 2년차인 D씨가 마취를 실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C씨가 아닌 다른 의사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급격한 혈압상승이 뇌출혈의 위험을 높이기는 했으나 수술 후 촬영한 MRI 검사결과, A씨에게 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특별한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다”며 “수술 중 일시적인 혈압상승이 A씨의 뇌경색이나 치매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수술을 시행하기 전부터 중증도의 치매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 사건 수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치매를 악화시킨다는 논문이나 문헌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수술이 A씨의 치매를 악화시켰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으로서는 그러한 사실을 예상할 수 없고 미리 예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건 수술과 A씨의 현재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