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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시 제거 후 천공, 무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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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시 제거 후 천공, 무죄 배경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9.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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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파기 환송..."인과관계 증명 안돼"
 

환자의 목에서 생선가시를 제거한 후 식도에 구멍이 뚫렸는지 검사하지 않고, 음식 먹는 것을 허락해 세균으로 인한 염증으로 숨지게 한 의사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지난 2009년 3월 경 환자 B씨는 전날 먹은 생선가시가 걸린 것 같다며 A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았다.

A씨는 B씨를 입원시키고 금식과 항생제 치료만 했는데 3일째 되던 날, 내시경 검사로 생선 가시를 발견하고 제거했다. 이후 B씨에게 미음을 주도록 지시했는데 다음날 오전부터 B씨는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흉부 CT 촬영을 통해 B씨에게 종격동염(갈비뼈와 척추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식도 천공 등으로 인해 세균에 오염된 음식물 등이 침투해 발생한 염증)이 확인됐고, 개흉 수술 등을 받던 중 다량출혈과 심인성쇼크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식도 주변의 2차적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식도 천공 여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종격동염과 식도 천공의 진단이 어렵고 유족과 병원 측이 민사사건에서 화해했다는 점을 들어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반면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범죄사실에서 인정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A씨의 과실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A씨가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면 B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임이 증명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생선가시 제거를 지연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생선가시 제거 이후 B씨의 활력 징후, 혈액 검사 결과 등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흉수가 감소하고 있던 양상을 고려하면 생선가시 제거 후 한동안 피해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과실로 종격동염 등이 악화돼 B씨가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A씨에게 식도조영술 등을 통한 식도 누공이나 누출의 확인 없이 구강섭취를 허용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내시경 검사상 식도 천공에 의한 식도 주변의 이차적인 변화나 식도 천공의 임상적 근거는 관찰되지 않았다”며 “구강섭취 허용 이후 시행한 흉부 고해상도 CT나 식도조영술 검사에서 계속해서 천공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구강섭취 허용 전에 이러한 검사 등을 하였다면 식도 천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A씨의 과실로 인해 식도 천공에 의한 종격동염을 유발시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됐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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