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복무 중인 병사에게 발생한 뇌종양을 제대로 진단 못한 군병원의 과실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가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환자 A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군복무중이던 지난 2011년 4월경 목이 뻣뻣해지고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있으며, 왼쪽 턱 부위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의 증세가 있어 6월경 군병원 이비인후과에 내원했다. 당시 군의관 B씨는 A씨의 증상을 기타 침샘의 질환으로 판정하고 이에 대한 투약 처방을 했다.
B씨는 2011년 7월경 A씨에 대해 목 CT 촬영을 했고, 다음달에는 초음파 도플러 촬영을 실시한 이후, A씨의 증상을 외이도염 및 림프절염으로 판정하고 향후 경과 관찰을 하되, 1, 2개월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퇴원시켰다.
이후 A씨는 별다른 치료를 받음 없이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 2013년 9월경 목 부위에 통증을 느껴 대학병원에 내원했다.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수막종성 뇌수막염이 있다는 판정을 하고, 두 달 뒤엔 11월 개두술 및 두 개저 종양 제거술을 했는데 뇌손상을 피하기 위해 연수와 유착이 심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종양을 모두 제거했다.
조직검사 결과 제거된 종양은 양성인 것으로 판정됐다. 현재 A씨는 수술 이후 왼쪽 상완 부분 마비, 어지럼증, 부분 보행 장애, 쉰목소리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A씨는 “2011년 6월 및 8월경 왼쪽 턱 부위에 손으로 만져지는 덩어리가 발견되고 초음파 및 목 CT 촬영 결과, 뇌관 부위에 2cm 정도 크기의 뇌종양이 발견됐다”며 “반복되는 치려 및 투약에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음을 호소하는 상황이었으므로 군병원에서는 종양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하거나 정형외과 등 전과해 추가 진단을 받게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군병원에서 2011년 7월경 A씨에 대해 시행한 목 CT 촬영 결과, 뇌종양을 의심할 정도의 많은 가성병변이 관찰됐다”며 “그럼에도 군병원 의료진은 진료기록지에 목 CT에 대한 판독 내용을 첨부하지 않은 채 A씨의 증상을 침샘질환, 외이도염 및 림프절염으로 진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병원 의료진은 A씨의 병변이 오래됐고, 치료 및 투약에도 별다른 증세 호전이 없었음을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이 같은 인정사실에 의하면 군병원은 A씨에 대한 2011년 7월 26자 뇌 CT 결과상 뇌수막종이 발생했음을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나타나 있었음에도 이를 판독하지 못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검사를 시행하거나 정형외과, 신경외과로 전과시켜 추가적인 진료를 받게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군병원 측에서 2011년 7월 26일 시행한 CT 영상의 해상도가 낮아 뇌수막종을 확인할 수 없었고, 초음파 촬영만으로 판정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시 촬영한 목 CT상으로도 상당한 범위의 가성병변이 확인될 수 있으므로, 군병원으로서는 해상도가 높은 CT 촬영을 다시하거나 다른 검사방법을 사용해 발견된 가성병변이 뇌수막종에 해당하는지 밝혀야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발생한 뇌수막종의 크기가 2011년에 비해 2013년에 2mm 정도 증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정도 종양 크기의 차이가 수술 후 합병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군병원 의료진이 A씨의 뇌수막종을 빨리 진단해 수술을 진행됐더라도 현재의 장애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정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병원이 A씨에게 나타난 뇌수막종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나 경과관찰 및 전원의무 위반의 과실이 A씨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