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성에게 지방흡입술을 하다 과실로 천공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과실을 일으킨 의사들은 2억원이 넘는 손해액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중국인 A씨가 의사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중국 국적인 A씨는 지난 2014년 9월경 B씨가 운영하는 D성형외과의원에서 C씨로부터 복부 등의 지방흡입술을 시행받았다.
상담 당시 A씨는 C씨에게 3명의 자녀를 출산했고 지난 2013년 중국에서 복부지방흡입술 및 지방이식술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C씨는 A씨에게 여러 번 출산 경험이 있어 복벽이 약해진 상태이고 과거 시행된 복부 지방흡입술로 인해 피하 지방과 복막 등에 해부학적 구조 변화, 유착이 있어 지방흡입술의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고, 복벽성형술도 함께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A씨는 복벽성형술은 거부하고 지방흡입술만 받길 원했고, C씨는 내원 당일 지방흡입술을 시행했다. 지방흡입술을 시행한 다음날부터 A씨는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시술 3일째 되는 날 편안한 호텔에서 자고 싶다고 한 뒤, 퇴원해 인근 호텔에 투숙했다.
호텔에 투숙한 날부터 복통이 심해진 A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진단적 개복술을 시행했는데, 천공 2군데 및 심한 복막염을 진단, 소장 부분절제술 및 복강 내 세척을 시행했다. 소장의 부종이 심해 복막 봉합은 하지 못한 채 수술을 종료하고 A씨를 중환자실에 입원조치 했다.
이후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심한 유착 및 염증으로 복막에 대한 1차적 봉합이 불가능하자 인공콜라겐 구조물을 덧대어 복막을 봉합하고, 식염수를 이용한 소독과 항생제를 이용한 패혈증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조치 이후 A씨의 체온 및 혈압 등 활력징후가 전체적으로 안정세에 들어가자 의료진은 A씨를 중환자실에서 1인실로 이송하고 상처를 지속적으로 소독하면서 경과관찰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이 지난 뒤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절개 부위 등의 상처를 덮기 위한 피부이식술을 시행했고 일주일가량 지난 다음에 퇴원조치했다.
A씨에 대한 사건 경과에서 특이할만한 부분은 A씨와 B씨 사이에 있던 합의서 작성이다. A씨는 1인실에 입원하던 중 간병인이 점점 많아지자 공간이 넓은 특1인실로 전실하면서 B의원과 병실료 1일 122만원 중 78만원을 B의원이, 나머지 44만원을 자신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A씨는 특1인실에 37일 머물렀고, B병원이 부담한 비용은 2886만원이었다.
퇴원 이후, A씨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건 시술을 함에 있어 복벽이나 내부장기에 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지방흡입술 시술도구를 과도하게 조작하는 등의 잘못으로 복벽 및 소장을 천공시켰다”며 “시술 이후 통증과 고열을 호소할 때 시술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시술 전 특별히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한 바 없고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시행한 CT검사 및 진단적 개복술 육안 검사 결과에서 소장의 천공을 유발할 수 있는 궤앙이나 게실염(장의 벽에 주머니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주머니 안으로 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이나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 등 다른 기왕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에게 발생한 소장 천공 및 이로 인한 복막염 증세는 C씨가 시술 당시 시술기구를 이용해 지방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복벽의 구조물, 근막충, 장기의 위치 등에 주의해 근막의 손상이나 장기의 천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초래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D성형외과의원을 퇴원할 당시까지 복통 및 그로인한 불면증을 호소한 바 있으나, 복통, 오심, 구토의 증상은 통상적인 지방흡입술 후에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이라며 “시술 후 1~2일 정도까지도 불면에 이를 정도의 복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C씨는 시술 후 A씨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액, 항생제, 진통소염제 처치를 시행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지방흡입술의 사후 처치로서 적절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춰보면 C씨는 A씨에 대해 경과관찰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