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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복개설한 의사, 환수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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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복개설한 의사, 환수 못하는 이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12.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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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행정법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했다며 건보공단으로부터 100억대의 환수처분을 당한 의사가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의사인 A씨는 2011년 11월경 자신의 명의로 B병원을 개설하고 C시장에게 개설허가를 받았다.

건보공단은 A씨가 이미 다른 병원을 개설하고 있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는 의사 D씨에게 고용돼,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제90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112억 1529만 원을 환수결정했다.

여기에 검찰은 A씨와 D씨가 공모해 의료기관을 이중개설·운영했다는 취지의 의료법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2015년 3월 30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B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어떠한 명목으로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게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 이전 개설된 병원으로, 건보공단의 처분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소급적용해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D씨는 B병원을 공동으로 개설하기는 했으나 B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되는 의료기관 개설이 아니고, D씨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시행 이후로는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D씨가 개설·운영하던 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돼 개설된 병원으로, 개설행위는 당연 무효이기 때문에 D씨가 B병원의 개설·운영에 관여했더라도 이는 둘 이상의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개정 의료법 하에서는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차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만 관여하고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해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경우에라도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 중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차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고 보려면 이중개설한 의료인이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등 경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것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건보공단이 들고 있는 증거와 사정만으론 D씨가 B병원의 인력 관리, 의료업의 시행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 병원을 경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D씨는 B병원 설립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긴 했으나, A씨 역시 2억 2000만원을 투자했고, 2012년 9월경부터는 B병원 건물 및 장래 요양급여비용 채권을 담보로 자신의 명의로 115억원을 대출받아 D씨의 투자자금 중 10억원을 상환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D씨는 의료법인 설립 등과 관련한 자금 마련을 위해 B병원 건물을 매각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의 작업에 관여한 바 있으나, 이는 B병원 설립 당시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어려운 경영사정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며 “이 같은 사정만으로 D씨가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이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반해 B병원의 운영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8항 위반은 제33조 2항의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금지와는 달리 보다 상대적인 정책적 결정에 의한 입법으로서 그 자체로 개설허가의 취소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복개설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보험급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성이 부정된다거나 그에 의한 보험급여 비용 청구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의료법 제33조 8항 위반을 근거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료인이라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입법취지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금지는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관해 엄격한 자격요건을 구비할 것을 전제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법의 기본 목적상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 금지는 각종 정보의 공유·의료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 절감 내지 비용 합리화 등 순기능의 측면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병원을 소유함으로써 수익을 얻어 일종의 영리법인에 준하는 형태를 띄게 돼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가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정책적인 입법”이라고 판시했다.

여기에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2항(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금지) 위반과 제33조 제8항(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 위반은 규율 내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 2항 위반의 경우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 형사처벌을,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4호의 2에서 개설허가 취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제33조 제8항 위반은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별도의 개설허가 취소 규정이 없다”며 “형사처벌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고, 의료인 자격 상실과 개설허가가 취소될 여지가 있을 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개설허가가 취소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행정처분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가 없어 기각하기로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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