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소화기계 증상이 계속된 환자에 대해 추가검사를 하지 않은 의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추가적 진단으로 조기에 위암을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했으면 환자의 생존기간을 높였을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 17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는 원고에게 2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2011년 7월경 상복부 통증, 토혈 등을 호소하며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A씨에 대해 위내시경검사를 시행했으나 미란을 동반한 위염 외에 특별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A씨를 ‘출혈이 있는 급성 위궤양,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전립선의 선섬유종성 비대,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병’ 등으로 진단한 뒤 A씨에게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 및 위궤양 치료제 3일분을 처방했다.
이후 A씨는 B병원에서 ▲2011월 8월 2일 전립선 비대증 및 위궤양 치료제 10일분 ▲2011년 8월 11일 전립선 비대증 및 헬리코박터균 치료제 7일분 ▲2011년 8월 18일 전립선 비대증 및 위궤양 치료제 7일분 ▲2011년 8월 25일 같은 치료제 14일분 ▲2011년 9월 9df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14일분 및 위궤양 치료제 포함 콧물감기약 5일분 ▲2011년 12월 3일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15일분을 각각 처방받았다.
이듬해 5월경 A씨는 심한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며 B씨의 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세균성 장 감염·기타 급성 위염·전립선 증식증 등으로 진단, 7월경까지 15차례 위궤양 치료제·전립성 비대증 치료제·진통제 등의 처방을 계속했다.
7월 30일 A씨가 상복부 통증과 체중 감소(46.7kg)를 호소하자 위내시경 검사를 실시, 위각부에 깊은 궤양을 동반한 종괴가 관찰됐으며, 조직검사 결과 선암이 확인됐다. B씨는 A씨에 대해 위암 진단 후,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인근대학병원에 입원한 A씨는 복부 CT검사 결과, 보르만 4형의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을 받은 뒤, 완화적 위 전절제술을 실시했다. 이후, A씨는 대학병원에서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B병원에 최초 내원한 2011년 7월경부터 악성종양을 의심할만한 토혈, 급격한 복부 통증 및 위-식도 역류증상을 호소했다”며 “이후 A씨는 2012년 7월경부터 1년간 총 21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진료를 받는 동안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경고증상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B씨는 악성종양 여부에 대한 조직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B병원에 최초 내원 당시 상복부 통증, 토혈 등 증상을 호소했고, 이에 B씨는 상복부 통증의 원인과 출혈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위내시경검사를, 토혈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혈색소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며 “그 결과 미약한 위염, 헬리코박터 바일로리균 양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 특별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위염, 위궤양 치료제를 처방했는바, 이는 토혈과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개인 병원 수준의 의료진으로서 적절한 처치로 보인다”며 “이후 B씨는 2011년 8월경부터 12월경까지 A씨에게 위궤양 치료제와 함께 주로 전립선 비대증 및 비염 치료제를 처방했고, 이 기간 동안 진료기록에 의하면 A씨에게 위암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1차 내시경 검사 결과 특별한 병변이 관찰되지 않았고, 검사 이후 특별히 종전과 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은 A씨에 대해 B씨에게 암 배제진단을 하기 위한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야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궤양 치료제 등을 처방할 당시 A씨에게 위암이 발병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A씨의 위 진행성 위암은 이를 판정하기 쉽지 않아 진료의무 및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1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 유병률이 높으므로 위내시경 검사상 정상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소화기계 증상을 호소할 경우 반드시 추적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내시경적 초음파 검사·복부CT 검사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학적 소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약 1년 간의 진료기간 동안 내과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지속적으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고, 체중감소 증상까지 나타났지만 2012년 7월 30일 2차 내시경 검사를 하기 이전까지 증상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어떠한 추가적 검사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양성 위궤양은 1∼2개월 치료로 크기 감소 등 호전을 보여야 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약 8주 후 추적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1차 내시경 검사 이후 1년이 경과한 2012년 7월 18일까지 추적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며 “위내시경 검사 등으로 위궤양을 진단했다면 이후 조직검사를 통해 위암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함에도 2012년 7월 30일 이전까지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상복부 통증에 관해 추가적인 진단 및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조기에 위암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생존기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 상당하므로 악결과와 의료상 과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위암이 발생한 시기가 명확치 않은 점, 망인의 진료기간과 위암 진단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그리 길지 않다”며 “위암의 진행 경과·진단의 어려움·예후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 자체는 막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B씨의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