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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당직 없이 병원운영, 형사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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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당직 없이 병원운영, 형사처벌 못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7.02.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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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확정 판결..."시행령 위임범위 벗어나"

야간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고 병원을 운영했더라도 형사처벌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6일 야간 당직 의료인을 두지 않아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 사건에서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의 사건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던 A씨는 지난 2014년 6월 24일 오후 6시경부터 다음날 오전 9시경까지 130여명의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지 않았다.

현행 의료법 제41조에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직 의료인의 자격 종류와 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대신 의료법 시행령 제18조에 입원환자 200명마다 의사 1명 또는 간호사 2명을 당직 의료인으로 두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병원 시설 외에 대기하고 있다가 호출이 있으면 병원으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도 당직의료인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당직’을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근무하는 곳에서 숙직이나 일직 따위의 당번이 됨’을 뜻한다”며 “요양병원은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3호에서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 즉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요양병상(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설치한 병상)을 갖춰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각종 병원에서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급박한 진료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당직의료인의 근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도록 한 의료법 제41조의 취지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병원 시설 외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이 있으면 병원으로 와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당직의료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의료법 제41조에 규정된 당직의 장소가 반드시 근무하는 곳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당직의료인에 관한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령의 입법취지상 응급환자에 대한 급박한 진료의 필요가 없는 요양병원의 경우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자체 기준에 따라 당직의료인을 배치할 수 있다”며 “도보 4분 거리에 있는 주거지에 머무르면서 응급호출에 대기하는 방법으로 당직의사를 배치한 이상 의료법 제41조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당직의료인의 수, 당직의료인의 자격 등 당직의료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당직의료인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는 것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규정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이 병원의 규모에 따라 배치해야 할 당직의료인의 수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법률의 구체적 위임 없이 규정한 것”이라며 “법률이 하위 법령에 전혀 위임조차 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마치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하위 법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사항을 직접 상세히 규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제90조에 따라 처벌되는 의료법 제41조 위반행위는 당직의료인을 전혀 두지 않은 경우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이를 넘어서 의료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규정된 당직의료인 수를 준수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처벌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병원에는 간호사 3명이 당직의료인으로 배치돼 근무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가 당직의료인을 배치한 이상 의료법 제41조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고, 의료법 시행령에 규정된 당직의료인의 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는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벌금형,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A씨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을 선언함에 따라 무죄로 결론을 맺었다.

대법원은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개인의 권리 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 보충하며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며 “특히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에 명시적 위임범위를 벗어나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41조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각종병원에 두어야할 의료인의 수와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어 대법원은 “의료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당직의료인의 배치 기준을 임의로 규정했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의료법 90조에 의해 처벌이 되도록 형사처벌의 대상을 신설 또는 확장하고 있다”며 “의료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으로,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원칙을 지킨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상훈, 김용덕 대법관은 “의료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당직의료인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지침, 준칙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까지 할 수 없다”며 “다만 의료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의료법의 구체적인 위임을 받지 아니한 이상은 의료법 제41조와 결합해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어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없다. 결론은 다수 의견과 같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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