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추수술을 받은 후 폐색전증이 발생, 사망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B병원에서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5년여 전부터 허리 통증·다리 당김·저림 등의 증상으로 지난 2015년 5월경 B병원에 내원, MRI 검사를 통해 요추 4-5번간 척추 협착증·척추전방전위증·추간공협착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담당의사 C씨의 권유에 따라 좁아진 추간공을 넓히고, 흔들리는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으며, C씨는 수술에 앞서 항혈전제인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내원 8일 후, A씨는 요추 4-5번간 전방경유 골유합술·후방경피적 나사고정술을 받았으며, B병원 의료진은 수술을 한 날 밤부터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행할 것을 권유했다.
수술을 받은 지 이틀 후 A씨는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간병인과 함께 걸어 나오다 병실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가 쓰러지고 5분 만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도착해 심폐소생술 및 앰부배깅을 시행했고, 10여분 후에는 중환자실로 전실했으며, 에피네프린 주사·기도 삽관에 이어 대퇴정맥에 삽입한 중심정맥관으로 수액을 투여했다.
중환자실로 전실된 A씨의 맥박이 120회/분으로 촉진되고, 자발순환이 회복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이후 A씨의 혈압은 70/40mmHg, 맥박은 102회/분, 산소포화도는 76%였으며,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며 자기 이름을 말했다.
그러나 5분도 채 되지 않아 A씨의 의식이 처지면서 지시에 복종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재차 기관내삽관을 시행하고, 혈압 및 맥박이 확인되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이후 3분 위, 심전도상 리듬이 확인되고, 맥박이 촉지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고, 앰부배깅을 시행하며 D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당시 눈깜박이기·주먹쥐기·아들 확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지 1시간 만에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혈압은 136/106mmHg, 맥박 142회/분, 의식은 기면 상태였으나 지시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3번의 심정지가 발생,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며, 13시 13경 자발순환이 회복됐다. 관상동맥 CT 및 초음파검사 결과, 우심실확장·우심실기능부전이 동반된 대량 폐색전증으로 진단됐으며, 혈전용해술·투석요법을 실시했다.
폐색전증이란 주로 하지의 심부정맥에서 형성된 혈전이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들어가 폐동맥의 혈관이 폐쇄된 상태를 말한다.
수술 등에 의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침상생활을 하는 경우 등이 폐색전증의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압박스타킹 착용, 조기보행 등이 권고된다.
A씨는 좌측 폐동맥에 폐색전이 남아 있는 상태로 심장내과집중치료실로 입원치료를 받던 중, 호흡부전이 발생, 혈압 저하와 심박동이 불안정해졌다.
D대학병원 의료진은 위독하다고 판단, 보호자들에게 여러 차례 경피적 심폐체외순환 치료를 권유했으나 보호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폐동맥 혈전색전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의료진은 A씨에게 저용량 헤파린 투여·압박스타킹 착용·조기 보행 권고 등 폐색전증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씨가 쓰러진 직후, 기도 확보와 심폐소생술 등 신속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혈전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고, 혈전으로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수술 여부 결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B병원은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 5분 이내에 신속하게 심폐소생술과 기관내 삽관 등 응급조치를 실시, 자발호흡을 회복한 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며 “간단한 지시에 복종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을 회복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여기에 “수술에 앞서 A씨에게 수술로 인해 하지 심부정맥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폐색전증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했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아니해 사망에 이를 만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상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술 당시부터 폐색전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압박스타킹을 착용토록 하고, 수술 이후 조기 보행을 권유했다”며 “수술 다음날 보조기를 착용하고 간병인과 함께 보행하도록 하는 등, 폐색전증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 담당 간호사는 즉시 휠체어에 태워 침상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의료진에게 보고해 5분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며 “전원할 당시 눈 깜박이기·주먹쥐기 등의 모습을 보였고, 심근수축력 강화·수축빈도 증대 등에 효과가 있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자가발관 후 즉시 기관내 삽관 및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자발순환을 회복시킨 점, 전원 당시 저산소성 뇌손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응급조치와 관혀해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로 평가할 만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수술에 앞서 A씨와 원고에게 수술동의서 서명을 받았고, 수술 합병증으로 하지심부정맥 색전증이 기재돼 있다”며 “A씨는 수술 부작용으로 하지 심부정맥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서 수술에 동의한 만큼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 역시 이유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