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무호흡증(심한 코골이 등으로 수면 중 호흡 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해 이로 인한 저산소혈증으로 심폐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코골이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 수면내시경검사를 실시했다가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의료과실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최근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4948만 6889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4년경부터 B씨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여러 질병에 대해 진료를 받아오던 A씨는 2010년 7월경 B씨에게 얼굴에 지방이식 수술과 함께, 수면내시경 방법으로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B씨는 A씨에 대하여 지방이식 수술과 수면내시경 방법에 의한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후배인 외과 전문의 C씨에게 A씨에 대한 지방이식 수술과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함께 해줄 것을 부탁했다.
C씨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A씨에게 1% 프로포폴 4㎖를 투여했는데 수면유도가 되지 않아 추가로 프로포폴 4㎖를 투여했다. 이후 C씨는 수면유지를 위해 투여량을 60㎖/시간으로 유지했고, 수면내시경 검사 중 A씨의 말초 산소포화도는 90~96%였다.
약 15분간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던 C씨는 A씨에게 무호흡 증세가 나타내는 것을 발견하곤, 즉시 검사를 중단한 뒤 기관삽관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앰부배깅으로 산소를 공급했다.
A씨가 수면내시경을 받던 방의 옆방에서 외래 진료를 하고 있던 B씨는 응급상황 보고를 받고 달려와 119안전센터 구급대에 신고를 했고, B씨의 의원에 출동한 구급차량으로 A씨를 인근 D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구급대는 이송 중 원고에게 구인두기도기를 삽입한 상태에서 앰부배깅을 실시했다.
D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A씨의 의식 상태는 혼미(의식은 없으나 자극에 움츠리는 반응) 상태였고, 무호흡은 아니었으며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있었다. 활력징후는 혈압 200/120㎜Hg, 맥박 136회/분, 체온 36℃로 혈압 및 맥박수가 정상 수치보다 높은 편이었으며, 말초 산소포화도는 87%였다.
D병원에서는 A씨에게 기관 삽관을 시행하고, 고농도 산소를 공급했으며, 수액라인으로 수액을 주입하고, 동맥혈 가스검사 및 혈액 검사를 시행했다. A씨에게 비위관을 삽입했고, 당시 A씨의 말초 산소포화도는 99%로 호전됐다.
A씨의 활력징후는 혈압 160/100㎜Hg, 맥박수 104회/분, 호흡수 16회/분으로 안정화됐고, 산소포화도도 정상 소견을 보였다. A씨는 뇌전산화 단층 촬영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현재, A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감소 및 영구적인 하지운동력 약화 및 좌측 부전마비 증상이 남게 됐다.
A씨는 “사고 당시 57세의 고령이고, 호흡기 계통에 수차례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해 프로포폴의 투여량을 줄여야 함에도 B씨는 A씨에게 두 차례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등 투여량이 과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투여한 프로포폴의 양은 적정했고, 오히려 A씨의 습관적인 음주 등에 의해 호흡저하 증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맞섰다.
프로포폴은 가장 최근에 소개된 정맥마취제로 치오펜탈과 유사한 작용을 가진 진정 최면제이고, 알킬 페놀 유도체이다. 부작용으로 저혈압, 호흡억제 등이 있는데, 프로포폴에 대한 길항제가 없으므로 고령의 환자에게는 그 투여량을 감량할 필요가 있으며, 심장, 호흡기계, 신장 또는 간장손상환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해야 판다.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기도유지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에 전문 식견을 가진 의사가 사용해야 하며, 검사 중에는 지속적으로 산소포화도, 혈압, 심전도를 계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1심 재판부는 “프로포폴을 투약하여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55세 미만의 성인에는 체중 ㎏당 1.5~2.5㎎을 투여하고, 55세 이상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감량(약 20% 감량)해 투여해야 한다”며 “전신마취의 유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체중 ㎏당 4~12㎎/시간을 투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중 81.5kg, 나이 57세인 A씨에게 전신마취를 위해 투여할 수 있는 프로포폴의 양은 97.8~163㎎, 전신마취 유지를 위한 투여량은 260.8~782.4㎎/시간으로, A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투여된 프로포폴 8㎎과 전신마취 유지를 위해 투여량을 60㎖/시간(프로포폴 60㎖는 600㎎이다)으로 유지한 것은 기준 범위 내에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당시 57세이고, 호흡기 계통에 수차례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투여한 프로포폴의 양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던 중 A씨가 무호흡 증세를 보일 때 응급조치에 실패해 기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앰부배깅만을 실시했지만 119 구급대는 이송 중 구인두기도기를 삽입해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앰부배깅을 실시했다”며 “D병원 응급실에서 기도삽관 후 고농도산소 공급을 실시하자 산소포화도가 15분만에 99%로 호전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씨는 산소 인큐베이션 장치 등 기도유지, 인공호흡, 산소공급을 위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B씨가 A씨에게 기도삽관 등의 즉각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등 기도를 확보해 산소를 공급했다면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거나 후유증으로 발생한 장애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B씨는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수면무호흡 증상 완화를 위하여 2차례 코골이 수술을 받았으나 증상 호전이 없었고, B씨의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E씨는 A씨에 대한 진료기록에 코골이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기록했다”며 “B씨는 A씨를 장기간 진료해 왔는데 진료기록에 ‘수술경력없음-경희대혀수술이외엔??’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진정제로 수면을 유도했을 때 쉽게 기도 폐색이 발생하고, 깊은 진정 상태가 아니어도 기도 폐색에 의해 호흡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저산소증에 빠지게 된다”며 “해부학적으로 응급상황에서 기관 삽관이 어려운 경우가 흔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코골이 수술 등 과거 병력을 조사해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A씨를 큰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호흡정지 등의 응급상태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A씨를 큰 병원으로 전원하지 아니했고 수면내시경 검사의 위험성을 알리지도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상적인 치료라 하더라도 프로포폴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고, C씨가 기관 삽관에 실패하기는 하였으나 B씨로서도 그 후 응급조치 등은 신속하게 취했다”며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하기 때문에 B씨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도 불복한 B씨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대법원도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정당하다”며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과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