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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독해진 암모니아 냄새 수뇨관이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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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독해진 암모니아 냄새 수뇨관이 원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3.22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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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사람이 모여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기구에 의지해 운동을 하는 모양새가 막 겨울잠에서 깬 곰의 기지개 같다.

턱걸이를 할 까 하다 그만 둔다. 멈추는 것은 낙오하는 것이다, 언뜻 그 생각에 움찔 했던 마음은 다시 직선으로 향한다. 그 놈의 지긋 지긋한 낙오. 대열에서 좀 뒤처진다고 어디가 덧나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두려워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할까.

대신 철봉에 매달린 것처럼 손을 위로 뻗은 다음 팔굼치를 구부렸다 폈다 한다. 달리면서 달이 떴다면 달밤의 체조가 맞다고 열심히 달밤의 체조를 한다. 보는 사람이 있다면 봐도 된다. 그러기 싫으면 그러면 된다.

이인이 요즘 좋아하는 단어, 그러려니 하면 된다. 그러녀니 참 좋은 말이다.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를 건넌다. 난간에는 아직도 지난여름 호우 때 걸린 쓰레기 부스러기가 그대로 달려 있다. 곡선의 스테인레스 꼭대기에 엉킨 모습이 지저분하다. 인상을 쓰지 않고 지나치려는데 강바닥이 환하다.

스치로폼 덩어리가 드러난 땅바닥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장마철에는 잠겨 있다가 물이 빠지면 보이는 곳에는 으레 이런 쓰레기가 있다. 그중에서 스치로폼이 단연 눈에 띈다. 겨우 쓰레기인 주제에 흰색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보여서는 안 될 물건을 담을 때 용이한 검은색의 비닐봉지처럼 차라리 어두운 색으로 하면 욕이나 덜먹을 것이다. 이인은 그것의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에 일종의 혐오감이 있다. 울컥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정식 이름은 거품 폴리스티렌 수지 혹은 발포 폴리스티렌으로 스펀지처럼 만들어서 굳힌 플라스틱이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진다. 부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손으로 잘게 쪼개진다는 것을 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잔 것은 더 잘게 나중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더 작은 물체가 된다.

바다에 이것이 떠다닌다. 조수에 밀려 이리저리 다니다가 어느 물고기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은 다시 사람의 입으로 들어온다.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이라지만 스치로폼 만큼은 그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녀석의 번식력은 대단해서 세상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다. 아프리카의 오지나 극지 에서도 녀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요즘은 단열재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만들기가 어렵지 않고 가볍고 값이 싸니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녀석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지만 그런 세상은 지구상에 없다.

길게 한 숨을 내 쉰다. 지금은 술처럼 거의 끊었지만 한 때 바다낚시에 미쳐 주말마다 갯바위에 서 있을 때면 녀석은 죽은 고기처럼 배를 드러내 놓고 둥둥 떠다녔다.

물보다 가볍다는 것을 알지만 괘씸한 생각이 들어 건져 낼 수 없으면 포인트라도 그 곳을 떠났다. 그러나 떠나도 바다를 아예 벗어나지 않으면 녀석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없다. 좀 더 멀리 쳐다보면 그물을 쳐 놓은 곳에는 언제나 녀석이 원모양의 윗부분만을 물위로 드러낸 채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파도에 쓸려 녀석의 피부는 한 꺼풀 씩 벗겨지고 벗겨진 피질은 고기의 입으로, 껍질이 단단한 굴속으로, 사람들이 자주 먹는 파스타의 주재료인 홍합의 검은 껍질 속으로 숨어든다. 홍합의 시원한 국물 맛과 굴의 짭조름한 식감은 스티로폼 앞에서 무력하다.

우럭의 등가시에 놀래미의 눈알에 감성돔( 아,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다 팽개치고 승봉도로 달려가고 싶다.) 의 비늘속에 숨어서 인간의 몸으로 어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다.

굴다리 앞에 도달했다.( 굴 이야기 하는데 하필 굴다리다.)

지린내가 코끝을 당긴다. 냄새가 더 심해지는 것은 날씨 때문이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암모니아의 냄새도 더 강해진다. 몇 달 동안 아니 몇 년 동안 청소하지 않은 공중 화장실의 냄새도 이 보다는 심하지 않겠다. 

사람 몸속에 있는 신장이 원망스럽다.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수뇨관이나 방광 혹은 요도까지도 밉살스럽다. 이런 것이 없으면 색깔이 좀 노르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액체 상태의 소변이 몸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자세로 늙은 남자들이 소변을 보는지 안 봐도 비디오다. 엉거주춤 바지를 내리고 누가 볼세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벽이나 기둥에 대고 찔끔찔끔 흘려 대는 오줌이 오늘 이 냄새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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