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간호사의 업무범위와 교육과정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해외 주요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합의모델을 마련햐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개발, 관리해야한다는 제언이다.
연세대 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공동 연구팀(연세대 대학원 의료법윤리학협동과정 유자영 박사과정,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에 ‘간호사의 전문적 업무에 대한 국가 간 비교법적 연구: 법적 근거와 업무 범위 표준화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고 .
이 가운데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관리 서비스는 더욱 전문화되고 세분화됐다.
이에 따라 간호 분야에서도 보다 전문적이고 확장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간호사 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 의료법에 전문간호사 제도를 규정한 후 2018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전문간호사의 업무 내용을 확정했지만, 아직까지 법적 근거나 공식화된 교육과정이 없고, 전문간호사와 간호사, 전공의 등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논의도 없어 의료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간호사의 업무를 간호사 실무법에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최초로 간호사 실무법과 유사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1938년부터는 모든 주에서 간호 업무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입법부는 간호사와 관련한 규율을 규제하기 위해 간호사 실무법을 제정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권한을 간호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간호교육기관은 1993년 전문간호사의 교육과정을 석사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합의다.
이어 1996년에는 미국간호대학협회가 고급 실무간호를 위한 석사 교육의 필수 요소를 정해 전문간호사 교육을 높은 수준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처음부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미국 전문간호사의 업무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1984년 실무전문간호사는 의료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의학협회에 의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실무전문간호사가 승소했다”면서 “2009년에는 미국 의학협회가 실무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장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의료 분야에서 의료계의 지배력을 줄여 다른 분야의 발전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미국 의학 연구소의 2010년 보고서에서는 전문간호사를 의료수요 증가를 충족시키는 데 필수적인 인력으로 발표했다”고 부언했다.
호주의 경우, 1980년대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서 의사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문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1998년 빅토리아주 보건부는 의료 제공 확대를 위해 간호사개정법(실무전문간호사)으로 실무전문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했고, 1999년에 이를 공포하면서 농촌과 외딴 지역에서 실무전문간호사의 업무가 허용됐다.
여기에서 나아가 2001년에 빅토리아 간호사 위원회는 보건부와 협력해 최초의 실무전문간호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업무 및 역할은 보건종사자법 에 따라 보호되고 있으며, 최소 3년의 고급 전문가 실습과 석사 수준에서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후 간호사 및 조산사 규제위원회에 스인을 받아야 한다.
연구팀은 “호주는 1차 진료 의사가 부족해, 의대생을 증원했으나, 의대 졸업생들은 1차 진료가 아닌 전문진료를 선택했다”며 “이에 전문간호사를 1차 진료 부족 현상의 해결책으로 대응했고, 전문간호사는 의료공백을 채워주는 인력으로 국가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주 의사협회는 실무전문간호사의 법적 승인은 국민건강에 해를 끼치고 의료의 질을 낮게 하며 의사의 전통적인 역할을 위협하게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2000년 간호사 개정법을 통해 실무전문간호사가 약물을 처방하고, 병리학 및 진단 영상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전문간호사 자격제도로 전문간호사, 인정간호사, 일본실무전문간호사를 두고 있다.
일본은 간호 관련 개별법으로 1948년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을 제정했으며, 전문간호사와 인정간호사는 일본간호협회에서 개발해 법적으로 제도화했고, 실무전문간호사는 오이타 간호보건과학대학에서 개발했다.
연구팀은 “국내외 모두 간호사의 전문적 업무는 의료현장의 수요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에 초기에는 법적 근거가 없었고 타 직종 단체와 혼란이 있었다”며 “해외 주요 국가들은 법과 실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제도를 확립하고 업무 범위를 개발, 이를 입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담간호사 등에 관한 자격 인정이나 업무 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미국은 전문간호사의 진단, 치료 및 처방 권한을 포함하는 업무 범위에 대해 명확한 법적 정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적절한 자격 증명, 업무 범위 및 주간 규정의 법적 근거와 실제 업무 간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간호실무법에는 간호위원회를 선출하도록 명시돼 있고, 위원회에 전문간호사와 관련한 규칙의 제정 및 변경, 간호교육 기준 설정, 자격관리, 간호 실무 표준 개발 등의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면서 “간호위원회는 전문간호사의 관련 규제에 대한 합의 모델을 발표하며 주 정부는 이 합의 모델에서 제시한 면허, 인증, 교육 등을 입법화하고, 이를 반영해 각 주는 전문간호사의 법적 권한과 보상 그리고 처방 권한 등을 규율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호주는 보건종사자법에 근거해 간호사 및 조산사 규제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간호사 및 조산사 협의회는 업무 범위 변경 가능성에 대비해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더해 “일본의 실무전문간호사는 우리나라에 비해 입법화가 빨리 이뤄졌고 일본의 대표기관들은 법과 실제에 근거한 업무 범위를 제시해 새로운 역할의 간호사로 인한 의료혼란을 예방했다”며 “법률 개정 이후 일본실무전문간호사의 업무와 책임 범위가 병원의 규정에 따라 모호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업무 범위로 인해 법적인 책임을 지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표준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실제 업무 현실과 법규범 간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호사 전문적 업무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합의 모델 마련 및 업무 범위 개발ㆍ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의 전문적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업무 범위 개발과 효과 및 개선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결단력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의 전문적 업무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인 해결책”이라며 “실제 수행 중인 간호사의 업무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 발전시키는 것이 국내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미래지향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 규정으로만 간호사의 업무를 규제 및 관리하기에는 의료시스템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빠르게 전문화되고 세분되는 의료의 특성을 반영, 업무 범위를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입법화 이후에도 법에 근거해 업무 범위를 연구, 개발하는 기관을 지정해 변화하는 의료 상황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러한 기관을 중심으로 간호사의 자격 기준, 교육과정, 업무 범위에 대한 합의 모델을 개발하고 간호협회와 여러 유관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법적 혼란 문제와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