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봤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덧붙여 쓰러진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도.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기에.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 말해도 좋겠다. 주인공 무니(브루크린 프린스)와 친구가 손잡고 거기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파란 뾰족탑이 인상적인 디즈니랜드를 코앞에 두고 영화는 끝난다. 이렇게 엔딩 자막이 올라가니 희망의 나라로, 인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도 있다. 아빠도 없는데 엄마와도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가혹하다기보다는 애처롭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고 했다. 거기에 속하면 구질구질하고 찌질하게 살아야 한다. 무니는 아니다. 불행하게도 무니의 엄마 헬리( 부리아 비나이트)는 그렇다. 어제처럼 오늘도 가난을 이고 산다.
그래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모텔 관리인 바비(윌렘 데포)에게 늘 고지서 독촉을 받는다. 직업은 없고 먹고는 살아야 하고 담배와 술은 필요하니 그럴 수밖에.
무니는 그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어린 고작 여섯 살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어리다고 깔보다가는 그러나 큰 코 다친다. 할 건 다 한다. 또래인 스쿠터( 크리스토퍼 리베라)와 젠시( 발레리아 코로)가 무니의 단짝이다.
어쨌든 3인방은 모텔을 중심으로 오늘도 똘끼어린 장난과 모험으로 하루를 보낸다. 낯 모르는 새 차가 들어오면 득달같이 2층으로 달려간다. 침을 뱉기 위해서. 누가 멀리 더 많이 뱉느냐로 그들은 신이 났다.

악동 짓이 틀림없다. 누구든 혼쭐을 내야 마땅하다. 어른들은 혀를 차지만 엄마 헬리는 너그럽다. 못 본 척 눈감아 준다기보다는 혼내려는 그들을 되레 위협한다. 그런 엄마 밑에서 무니의 일상은 뜨거운 햇볕 아래서 지칠 줄 모른다.
급기야 오래된 폐건물을 부수고 방화를 한다. 그것이 나쁜 짓인 줄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의 놀이일 뿐이다.
내일은 잠자고 일어나서 그렇게 또 하루를 어제처럼 놀면 된다. 문제는 돈이다. 엄마 헬리는 향수를 팔고 급기야 몸까지 판다. 그들의 이런 하루살이 행동은 당국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무니는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 아동보호국 직원들이 찾아 온다. 무니는 이제 낯선 세계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 친구와 헤어지는 두려움. 그는 어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도망가는 곳이 하필 디즈니랜드다. 어린이의 꿈과 이상이 모두 들어 있는 곳. 그곳으로 간다고 무니의 일생이 펴질 거라고 기대해도 좋을까. 무니의 미래는 엄마의 모습을 닮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영화는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그러나 감독은 그걸 말하지 않는다. 해법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빈민의 삶을 보여 줄 뿐이다. 그래서 더 짠하다.
감독: 션 베이커
국가: 미국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램 데포, 브리아 비나이트
평점:

팁: 모텔의 관리인 바비 역의 월램 데포가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다. 크고 작은 잡음들을 일일이 해결해 나간다. 아이들에게는 엄한 것 같지만 따뜻함이 묻어 있다.
헬리과 어떻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한다. 이런 관리인이라면 믿고 맡겨도 좋겠다.
뭐니뭐니 해도 영화의 주인공은 무니다. 성장해 나가면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한가득이다. 역대 최연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아역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2017년 칸 영화제 최초로 상영됐다.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아닌 것 같으면서도 기분 좋은 영화다. 간간이 들리는 헬리콥터의 굉음처럼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보라고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플로리다에 가면 올랜도에 가보고 싶다. 무니가 살았던 디즈니랜드 뒷골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