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단순 착오 청구에 대해 병원의 업무를 정지하는 처분은 과도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행정처분으로 달성 가능한 공익보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공익적 침해’가 더 크다는 것.

대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업무정지처분 취소를 명령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8년 11월, A씨가 운영하고 있는 B병원에 대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8월 및 2018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B병원이 사용한 의료용 산소의 분기 가중평균가격 6원을 10원으로 청구했다면서 2021년 3월 3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30일에 이어, 일주일만인 2021년 4월 7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연달아 내렸다.
A씨의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자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기관이라는 이유로,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한 것.
이에 불복한 A씨가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제1처분과 제2처분은 각각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에 근거했고, 각 제도는 목적, 적용대상자, 보장기관, 재원 등이 다른 별개 제도”라며 “따라서 각 처분은 근거를 달리한 별도의 처분으로 각각 처분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복지부가 둘 중 어느 하나의 처분을 하거나 이를 합쳐 하나의 처분만을 해야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2심에서 의료용 산소 가격을 착오해 청구했을 뿐 속임수로 청구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2심 재판부는 “A씨가 감경 또는 유예 의견을 제출했지만, 복지부는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 부과를 검토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A씨가 현지조사 단계에서 약제를 분기 가중평가가격보다 높게 청구했다고 인정하면서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는데도 복지부는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정지 처분들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B병원에 입원 중인 CRE 감염증 환자들이 전원할 마땅한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제1, 2차분이 확정되면 환자들의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것인데, 이는 A씨의 사익보단 공익의 침해라 볼 수 있다”며 “제1, 2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처분들로 초래될 A씨의 사익 침해와 공익 침해 정도가 더 중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해당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한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심리의 불속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원심판결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법률을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주장 자체가 이유가 없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복지부가 현지조사 관련 행정처분을 할 때, 요양기관이 초창기에 업무정지처분을 선택했더라도, 복지부는 요양기관과 국민(환자)들의 공익을 고려해서 과징금처분이 더 적합하다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정립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환자)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업무정지처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복지부는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서 최고의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지켜줘야 할 주무관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