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조마조마했다. 언제 터지느냐의 문제였다. 시한폭탄은 돌아가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서 내내 불안했다.
웃고 떠들고 평화로운 순간에도 불현듯 다음 장면인가? 하는 위기를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도 가지 않는 12살 아키라(야기라 유야)가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지 않은가. 그 아래로 세 명의 동생이 있다. 부모는 어디 갔느냐고? 아빠는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엄마는 이사 온 날 모정을 한껏 주고는 어느 날 사라졌다. 내 행복도 필요하다면서.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온다는 그 말은 거짓이 됐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와도 엄마의 부재는 계속됐다. 돈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러니까 무언가를 사 먹을 수 있을 때 어린 4 남매는 그럭저럭 살고 때론 웃었다.
하지만 수도세가 밀려 물이 끊기고 불이 들어오지 않을 때 그들에게 남은 한 줄기 희망의 그림자는 점차 사라져 갔다. 불안의 근원이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다. 마침내 아키라는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고 어느 날 여동생은 의자에서 떨어져 죽었다.
기어이 일이 터진 것이다. 미성년자 넷이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데도 사회나 국가는 무엇을 했느냐고 감독은 묻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엄마에게 책임을 따지지도 않고 엄마의 남자들에게도 추궁하지 않는다.
부모가 떠난 네 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냥 보여줄 뿐이다. 덤덤하다고는 하지만 숨죽여 지켜보는 관객들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다.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현실이 더 그랬는지 아니면 영화가 더 끔찍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다만 이런 일들이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일어날 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혹은 전 세계에서.
얼마 전 본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희망 없는 아이들의 미래가 먹먹할 뿐이다. 영화제목처럼 아무도 몰라서는 안 되겠다. 장남 역할을 한 야기라 유야는 그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았는데 최소연소 기록이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칸 하나에
평점:

팁: 아키라는 우연히 만난 중학생(한영혜)과 교감하고 있다. 소녀 역시 누군가의 죽음 때문에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여학생의 도움을 받았다면 동생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까.
굶주리고 있는 겨우 12살 아이가 돈을 거절하는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돈이 젊지 않고 늙은 남자에게서 왔기 때문일까. 돈이 엄마의 남자에게서 오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쨌든 돈을 뿌리치고 난 후로 소녀와의 관계는 끊어졌다. 그리고 또 우연히 재회하면서 둘은 이사 올 때 가져왔던 트렁크로 아이의 시체를 옮긴다. 비행기가 보이는 하네다 공항의 공터에 두 아이는 아이를 묻는다.
한편 아이가 심은 베란다의 식물은 잘 자라고 있을까. 싹이 자라 열매를 맺고 민들레 씨앗을, 부는 바람에 날리는 일은 가능할까. 물이 없는 식물은 죽을 것이다.
막막함은 탈출구가 없을 때 느끼는 절망감이다. 감독은 왜 희망 대신 절망을 노래했을까. 아니 희망도 절망도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을까. 해답이 없어도 영화는 하늘의 별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