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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결론이 허무맹랑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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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결론이 허무맹랑 하지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5.02.12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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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결론이 황당하거나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영화 전체를 혹평할 이유는 없다.

99%는 만족하는데 그깟 1% 정도쯤이야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 정도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대단하다.

살벌하면서도 무시무시하고 떨리면서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솜씨는 알아줘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1944년 프랑스 어느 한적한 산골.

풍광이 좋고 산이 울창하니 이런 곳에서는 목축하기가 제격이다. 과연 한 낙농업자가 근사한 집에서 땔감용 장작을 패고 있다. 딸은 세탁이 된 새하얀 천들을 빨래줄에 널고 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세간에서는 목가적이라고 평한다. 이런 가족에게는 평화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감독은 늘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데 일가견이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언덕길을 차량 두 개가 오르고 있다. 

누가 타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우유를 사러온 배달 업자일리 없다. 그렇다. 그들은 유대인 색출을 책임진 독일군 친위부대다.

한스 란다 대령( 크리스토프 왈츠)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결코 강압적이지 않다. 말투는 부드럽고 표정은 온화하다. 하지만 그가 뱉는 내용은 소름이 돋는다.

아버지는 살기 위해 지하 공간에 숨어 있는 유대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용케 살아 남은 ( 아니 죽일수 있었으나 대령은 도망가도록 내버려 둔다.) 쇼산나( 멜라니 로랑)와 대령의 질긴 운명이 기대된다.

▲ 영화 시사회장에 만난 란다 대령과 연합군 첩자 독일 여배우의 만남 장면을 미군 중위 엘도가 난처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영화 시사회장에 만난 란다 대령과 연합군 첩자 독일 여배우의 만남 장면을 미군 중위 엘도가 난처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간은 흘러 쇼산나는 극장의 여사장이다.  거기에 수백명의 미군을 사살한 나찌의 전쟁영웅 저격수 졸러 일병( 다니엘 브륄)이 등장한다. 그는 쇼산나에게 추근댄다. 그녀가 마음에 들어 그녀의 극장에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조국의 영광이라는 영화 시사회를 열기로 한다.

아무리 전쟁영웅이라고 쳐도 일개 사병이 그런 결정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의 이인자 였던 괴벨스 덕분이었다. 전쟁광이면서 영화광이던 그는 졸러의 말에 따른다.

쇼산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한다. 영화 상영시 영화관을 폭파해 히틀러를 포함한 나찌 군 수뇌부를 괴멸할 작전을 짠다.

한편 연합국은 프랑스의 어느 한적한 술집에서 첩자인 독일 여배우(다이앤 크루거)와 접선한다. 이 과정에서 발음과 표현을 문제 삼는 독일 장교에서 신분이 발각된다. ( 이 장면은 영화 전체 중에서 가장 스릴 넘친다.)

이제 서두에서 말한 만족스럽지 못한 결말 부분을 살펴보자. 영화 상영 장소의 최종 책임자인 란다 대령은 술집 전투 현장에서 여배우의 친필 메모와 하이힐에 주목한다. 그는 영화 상영 직전 여배우를 잡아 목졸라 살해한다.

그리고 미군 엘도 중위(브래드 피트)를 체포하는데 성공한다. 쇼산나의 작전은 실패할까. 그런데 기막힌 것은 철저한 나찌 주의자인 란다 대령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린다. 히틀러를 배신한 것이다.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고작 자기가 미국에 항복하면 국인연금도 받게 해주고 별장도 하나 달라는 정도다. 영화가 너무 웃기는 코미디지만 이건 웃기는 중에서도 가장 웃기는 대목이다. (현실감이 심하게 떨어진다.) 어쨋든 그는 자기가 잡은 포로를 석방해 주고 스스로 엘도 중위의 포로가 된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다니. 그것도 결론에서. ( 이 장면이 영화 뒷부분에 위치해서 결론이라면 결론이 맞다. )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는 이런 허접한 결론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과정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시비 걸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렇다는 말씀.

국가: 미국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크리스토프 왈츠, 멜라니 로랑, 브래드 피트

평점:

: 결론이 허접하다고 했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란다 대령의 항복 조건대로 그가 무사히 미국으로 건너가 죽을 때 까지 군인연금을 받고 별장까지 받았다면 정말 허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엘도 중위가 어떤 인물인가. 

야구방망이로 나찌 친위대를 박살내고 포로의 머리를 산채로 껍질 벗기는 잔혹한 인물이 아니던가. 그는 대령의 머리에 기다란 칼로 나찌 문양을 깊이 박아 넣는다. (대령은 살았을까, 죽었을까.)

란다 대령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치욕이 없을 터. 하지만 크리스토프 왈츠는 나찌 답지 않은 허술한 행동을 하면서 까지 자신을 내던진 연기 덕분으로 이런저런 상을 많이 받았다. (대령은 최후의 순간에 나찌 입장에서 보면, 바보 같은 결정을 했으나 그의 연기만은 인정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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