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칭찬은 고래는 물론 사람을 춤추게 만든다. 특히 배우는 학생이라면 더 그렇다. 선생님의 칭찬은 그야말로 벼락같은 축복이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국어를 담당했는데 어느 날 그런 말씀을 하셨다. 넌 웃는 상이 보기 좋구나, 찡그리지 말고 늘 그렇게 웃으면 복이 올 것이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도 아니고 모범학생이라는 말도 아니었으나 칭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날 참 기분이 좋았고 난 ‘웃음에 대하여’를 주제로 일기까지 쓴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이후로 화가 날 때면 간혹 이러지 말아야지, 웃어야 복이 오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러 흘러 환갑의 나이인 지금에도 그 말씀을 들으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최선생님의 극랑왕생을 기원합니다.)
사설이 좀 긴 것은 오늘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고 마침 본 영화가 데미언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인 것을 감안해 주시길.
앤드류(마일스 텔러)는 뉴욕의 명문 세이퍼 음악 학교에 다닌다. 그 학교에는 최고의 밴드를 이끄는 지휘자 플레처( J.K.시몬스) 선생이 있다. 그 선생의 눈에 띄면 인생은 탄탄대로다. 연주회 자리에서 성공의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앤드류는 어느 날 플레처로부터 연주곡 제목을 미리 뀌띔 받는다. 죽어라고 연습해 기존 드러머를 밀쳐 내는데 성공한다. 나를 알아주는 선생을 만난 것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음악과는 무관한 자신이 드러머로 명성을 떨칠 기회가 온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능을 알아본 스승의 리드와 제자의 노력이 결합해 훌륭한 음악인이 탄생하는 해피 앤딩이 연상된다. 하지만 영화는 음악영화의 외피를 쓴 호러물이라는 것이 곧 드러난다.
앤드류는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형편 없는 놈, 심지어 부모 욕까지 얻어 들는다. 천국과 지옥이 종이 한장처럼 가볍다. 좌절이다. 손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나게 연습했건만 돌아온 것은 차디잔 멸시와 경멸 뿐이다.
앤드류는 학교를 떠난다. 아버지는 그런 앤드류를 말 없이 지켜본다. 어느 날 거리를 배회하던 그에게 공연 포스터가 눈에 띈다. 그는 공연장을 찾고 피아노 연주에 열중인 플레춰와 재회한다.
여기서 두 사람은 화해한다. 하지만 진짜 화해라고 여겼다가는 곧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는다. 플래처는 인자한 아버지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마침 드러머 한 명이 필요한데 네가 와서 연주해 줄 수 없느냐고 묻는다.
앤드류는 그러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연주회장에 들어가는데. 악보를 보는 순간 경악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곡이다. 동료들은 박자를 놓치는 그를 나무라고.
슬며서 다가온 플래처는 악당의 웃음으로 날 고자질한 놈이 너지? 라고 복수극의 이유를 설명한다. 플래처의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앤드류는 스틱을 버리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오케스트라는 그의 신호에 화답한다. 어쩔 수 없이 플래처는 지휘를 하고 연주는 최고의 앙상블로 펼쳐진다.
국가: 미국
감독:데미언 셔젤
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평점:

팁: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끝이 좋아 보인다. 플래처는 웃는다. 흡족한 표정이 얼굴 가득 번진다.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나라고.
하지만 앤드류를 만든 것 플래처가 아니라 앤드류 자신이다. 플레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제자를 엿 먹이려다 실패했을 뿐이다. 비열한 소시오 패스는 의자를 던지고 따귀를 때리는 폭력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어떤 사람은 그런 폭력 정도는 메인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옹호할 수 있다. 인격파탄자라도 실력만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플레처에게 만족은 없다. 아무리 뛰어나도 그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어떤 연주자도 들을 수 없다. 다른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면서 여전히 멀었다고 소리칠 것이 뻔하다. 루이 암스트롱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와도 프레처에게 조롱당하고 끝내 좌절할 것이다.
플레처 밑에서 앤드류가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다. 이런 인간에게 짐승처럼 시달리느니 차라리 옛 여자 친구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것이 백배 낫겠다. 아버지가 말한 다른 길을 찾아서.
스승의 날에 과연 어떤 스승이 진정한 스승인지 엿볼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