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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결정 과정에 경계선지능인 자기결정권 보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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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결정 과정에 경계선지능인 자기결정권 보장 미흡"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5.06.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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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사각지대 연구…“법 개선 및 임상 현장 지침 시급”

[의약뉴스]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경계선지능인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제선 조교수와 국립안동대학교 아동사회복지학과 임진섭 부교수는 최근 학술지 의료법학에 발표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연명의료결정법의 규정 미비와 해결 방안에 관한 고찰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경계선지능인의 자기결정권이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경계선지능인의 자기결정권이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에 따르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의 사전 의사(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등)나 의사 무능력 시 환자 가족 전원의 동의를 통한 의사 확인을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주요 방식으로 규정하며,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현행법은 환자의 자율적 의사결정 능력이 온전하거나, 반대로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어, 그 중간 영역에 속하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계선지능인(IQ 70~84)은 공식적인 지적 장애 범주(IQ 70 이하)에 속하지 않아 장애인복지법이나 성년후견제도 등 기존 장애인 관련 법적 보호 및 지원 체계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할 수 있으나, 연명의료 결정과 같이 복잡하고 윤리적ㆍ법적 판단이 수반되며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결과 예측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의학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가족ㆍ의료진 등의 의견에 과도하게 의존해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규정 미비와 결합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경계선지능인은 공식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적절한 법정대리인 선임이나 의사결정 지원 제도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이 자율적 의사결정 능력이 제한된 개인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식(맞춤형 설명, 정보 전달 방식 등)을 규정하지 않아 이들이 법적ㆍ윤리적 결정 과정에 온전히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할 경우, 법정대리인이 대리 결정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다른 결정이 내려지거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진은 경계선지능인의 연명의료 결정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경계선지능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특화 규정 연명의료결정법에 추가 ▲이해 가능한 방식의 연명의료 정보 제공 및 의사결정 지원 도구 개발ㆍ도입 ▲전문성을 갖춘 후견인 선정 절차 마련 및 활동 투명성 확보 ▲대리 결정의 법적 기준 강화를 통해 경계선지능인의 최선의 이익을 도출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등을 제언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운영 보장을 촉구했다. 

위원회가 단순히 대리 결정을 넘어 환자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법적ㆍ윤리적 균형을 맞추고, 심리학자ㆍ사회복지사 등 경계선지능인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지원 의사결정 시스템을 활용하며, 명확한 법적 지침 마련과 가족 간 갈등 상황 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된 경계선지능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 조속히 제정돼, 의료 및 보건 관련 경계선지능인의 권리와 국가적 지원, 연명의료 결정 관련 국가ㆍ지자체ㆍ의료기관 등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경계선지능인이 임종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정비와 함께 임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지침 및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의료 윤리 및 법적 책임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료계와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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