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최근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지만, 이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한 것이 아니라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여전히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다.
법원이 개별 행위의 위험성,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ㆍ감독, 간호사의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 의료현장의 근본적인 논의 없이는 제2, 제3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
대한의료법학회와 보건의약식품 전문검사 커뮤니티는 27일 대검찰청에서 의료형사법의 최신 쟁점 고찰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법률사무소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판례를 통한 의료현장 업무범위 고찰'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검사 사건을 중심으로 의료인의 업무범위에 대한 법적 쟁점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한 대학병원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골수검사를 시행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가를 따졌다.
1심 재판부는 이 행위를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한 진료의 보조로 판단, 당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법령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법령의 불명확성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골수검사를 고도의 침습적 시술이자 '진단 및 치료를 위한 핵심적 진료행위'로 규정, 이는 오로지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본질적 의료행위라며 유죄를 선고한 것. 간호사가 단독으로 시술한 정황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이는 간호사의 행위를 정당화했다기보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라는 것이 오 변호사의 설명이다.
오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의료행위는 시행할 수 없다는 원칙적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전제했다.
이에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결론만을 확대 해석해 의사 부재 상황을 이유로 간호사에게 포괄적으로 업무를 위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2018년경 특정 병원의 특정 상황에서, 해당 전문간호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전담간호사에게 무분별하게 업무를 맡기는 현재 상황은 향후 심각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ㆍ감독 없이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지시한 의사나 의료기관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ㆍ방조 혐의는 물론 건보법 위반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판결이 일반 간호사가 아닌 종양전문간호사에 대한 판결이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간호사조차 이처럼 엄격한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일반 간호사나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판단할 때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현장의 문제를 사법부의 판결에만 의존하기보다, 이제 의료현장의 주체들이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 면허제도의 본질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업무범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합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